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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수선화의 시간 / 아티스트 이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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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백은하 작성일06-09-13 01:40 조회3,0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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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수선화의 시간

    - 아티스트 이이남의 작품 세계


    백은하 ( 소설가 )



      이이남의 작품은 시간의 블랙홀이다. 시간은 머무르고 스며들고 재생한다. 남국의 들판에 수선화가 있다. 맑은 물과 밝은 햇빛을 받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시들어서 흙으로 돌아간다. 시간은 순환한다. 수선화는 불멸을 꿈꾸지 않는다. 그러나 예술가는 불멸을 꿈꾼다. 이이남의 수선화는 미술전시장 안에서 전기를 먹고 LCD모니터 속에서 노란 수선화꽃을 피워낸다.


      팝 가수 짐 크로스는 ‘Time in a bottle’이라는 곡에서 “시간을 병 속에 저장할 수 있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건 당신과 함께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저장하는 것입니다” 라고 노래했다.


      이이남은 미디어 아티스트다. 그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2006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되어서 『실상과 허상』이라는 초대전을 열었다. 전시회에는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작품들이 출품되었다. 그는 비디오카메라, 빔프로젝트, 리얼스크린 등의 다양한 영상매체를 이용해서 작품을 한다.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그의 작품들은 역동적이며 다양한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 중에 ‘Installation view’기법을 사용한 「2005.12.27」이라는 작품이 있다. 2005년 12월 27일 비가 내렸다. 그는 승용차를 운전하면서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때 빗물이 쉴새없이 승용차 유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승용차를 멈추었다. 그리고 승용차 안에서 비디오카메라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촬영했다. 승용차 안과 밖, 공간과 공간이 교차하고 시간과 시간이 교차한다. 2006년 3월 13일 필자는 광주시립미술관 전시장 안에서 2005.12.27일에 내렸던 빗물을 경험한다. 이이남은 그날의 빗물을 설명한다. 비가 내렸고 카메라가 돌아갔고 그날의 비는 전시장 안으로 왔다


      그가 ‘Still image’ 기법으로 작업한 「실상과 허상」의 많은 작품들은 장식적인 사각의 타블로 즉 액자 안에 있다. 타블로는 안전하다. 그러나 이이남의 ‘실상과허상’ 작품들은 안전하지 않다.  ‘장 보드리야르’의 원본 작품 사진 속의 이미지인 유리컵 안에서는 물감이 풀어지고, 장미들은 꽃을 피운다. 테크놀로지 혁명이 이루어낸 새로운 이미지다.


      역시 ‘Still image’ 기법의 「새가 열리는 나무」라는 작품이 있다. 소사라는 나무의 분재에서 초록 새가 피어난다. 앨리스가 흰 토끼를 따라서 이상한 나라로 건너갔듯이 관객은 작가가 이끄는 마법의 세계로 따라들어간다. 미술 전시장 안 타블로의 화면 앞에서 나무에서 초록 새가 열리는 기적을 경험한다.


    20세기 정보혁명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비디오 타임, 비디오 스페이스를 지나서 우리 앞에 펼쳐지는 미디어 타임, 미디어 스페이스를 경험하고 있다. 이이남은 ‘실상과 허상’이라는 용어로 그 화려한 시간을 펼쳐보인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은 어린 시절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그는 도화지에 무엇인가를 그리고 있었고, 중학교에 입학해서 1층에 있는 미술반 앞을 지나게 되었다. 유리창을 통해서 벽에 걸려있는 수채화로 그려진 정물화를 보게 된다. 그는 멈추어섰다. 그리고 처음 그림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잠자리가 난다. 그 때 미술선생님이 그를 발견했고 그는 미술선생님이 내미는 손을 잡고 미술반 교실 안으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 그가 미술과 접한 계기가 되었다. 그는 조선대 조소과에 입학을 했고 처음에는 소조를 했다.


      흙을 주무르고 사실적인 기법의 작품들로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면서 착실한 작가수업을 받는다. 그는 조각가 신현중 교수의 강의를 받으면서 예술의 길을 발견하게 된다. 예술은 삶과 가까이 있다는 것, 작가는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 작가는 일상에서 예술의 소재를 발견해야한다는 것 등이 신현중 교수가 그에게 나누어 준 예술의 숨소리다. 그 숨소리는 그의 몸 속에 스며들었고 현재의 그를 있게해 준 싹이 되었다. 그는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 순수미술학과에서 공부를 하면서 작업을 계속했다. 작품은 소조에서 설치미술로 조금씩 변해갔고, 1998년 광주에 있는 ‘갤러리LGFG'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선배의 소개로 순천대 만화영상학과에 강의를 나가게 되면서 그 곳에서 처음 영상매체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클레이 에니메이션’을 만나게 된다. 흙으로 만든 고정되어 있던 소조 작품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신비한 경험을 한다. 그는 움직이는 조각을 자신의 인생에 받아들이면서 연세대 영상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해서 본격적으로 많은 영상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영상매체를 이용한 미디어 아티스트가 되었다.


      영상 미디어를 이용한 작품들은 기술복제가 가능해지면서 많은 논란과 위험성을 안고 있다. ‘발터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문예이론에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 작품의 숙명과 비전을 보여주었다. 미디어가 복합적으로 사용되면서 ‘원본’과 ‘원본의 변용’의 문제에 대한 많은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는 2005년 ‘신세계 미술제’ 대상작가로 선정되었고, 올 10월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기획한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본전시 작가로 최대되어서 전시회를 앞두고 있다.


      평면 작가의 팔레트 위에 펼쳐진 아름다운 물감들처럼, 그는 다양한 영상매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몸을 가졌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은 나무에서 새가 피어나기도 한다. 그가 펼쳐보여 줄 다양한 미지의 이미지의 세계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관객은 그의 손을 잡고 우리에게 다가온 미디어 타임 앞에서 마음을 열고 그 시간을 즐기면 된다. 이이남의 노란 수선화가 있는 미디어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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