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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건한 신심과 시적 감성의 융화, 김재형의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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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6-03-12 09:07 조회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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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겟세마니아의 밤 116.8x91.0cm 2010.jpg
    김재형 <겟세마니아의 밤>, 2010, 캔버스에 유채, 116.8x91.0cm

     

    경건한 신심과 시적 감성의 융화, 김재형의 회화

    광주시립미술관 기획 찬미와 탐미’, 2026.02.26-04.26

     

    (생략) 김재형의 회화는 자연과 성서 이야기가 두 축을 이룬다. 대학 수업기 그림에 입문하던 1960년대 초부터 1980년대 전반까지는 사실 화풍의 인물과 사찰 소재가 주를 이루고, 이후로는 주관적 영감과 도상 해석에 의한 기독교적 세계로 큰 전환을 보인다. 활동 환경의 변화와 자기 작업에 대한 자성으로 소재뿐만 아니라 표현형식에서도 대폭적인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이와 더불어 청년기와는 전혀 다른 화법의 자연 풍경화가 종교적 배경의 그림들과 맥을 같이하며 마찬가지로 1980년대 이후 크게 늘어났다. 나라 안팎의 문화변동기에 따른 미술 환경의 시대적 변화와, 신앙인으로서 소임과 예술의 궁극적 가치에 대한 목적의식이 달라지고, 여기에 중고교 교단에서 대학 강단으로 직장의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화업에서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호남 인상주의 바탕 사실 화풍의 사찰 풍경

    (중략) 김재형의 1960년대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작품활동은 [국전]·[도전] 출품 위주였고, 주로 사찰 소재 작품들이었다. 중등학교 교사라는 현실 여건에서 작품 제작이 수월치 않았고, 그나마 어려운 환경에서 제작한 작품들마저도 워낙 생활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제대로 보전치 못하고 대부분 훼손되거나 망실되어 1970년대 관전 입상작 몇 점만이 겨우 남아 터이다. 따라서 대학 재학시절 [국전]에 입선했다는 ‘B양 좌상’(1962)이나 이후의 모정’(한복 입은 어머니 좌상, 1970)은 물론, 오지호· 임직순 교수의 영향이 짙을 수밖에 없었을 그 시절의 풍경화들도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물론, 당시 관전에서는 인물화가 잘 통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모델을 구하기 쉽지 않던 형편이라 인물 그림을 많이 그리지 못했다. (중략)

    청년기 김재형 작품들은 당시 호남 서양화단의 주류양식으로 자리 잡아가던 인상주의 화풍을 따르면서도 동료나 지역 작가들의 일반적 화풍과는 다른 점도 보인다. 밝게 평면적으로 펼쳐지는 음양의 색채대비가 두드러지면서, 특히 견고한 건축적 구도에서 더욱 그렇다. 법당이야 원래 제 자리를 갖고 있지만, 그리는 위치와 방향을 택해 각 전각들이 이루는 구조적 짜임새와 조화를 화폭에 담았다. 또한 같은 사찰 소재이더라도 다른 호남 인상파 화가들의 투박하고 비비는 듯한 필치에 비하면 건축 부재들의 꼼꼼한 묘사와 또렷한 윤곽으로 명쾌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회화의 기초로서 데생을 거듭하면서 구도를 중히 여겼던 점과, 사물을 정직하게 대하는 품성, 임직순 교수로부터 화면에서 색채의 조화를 중시하는 영향 등이 실제 그림으로 나타난 것이라 하겠다.

    기구하는 마음의 신앙적 풍경과 성서 이야기

    김재형의 회화는 다분히 기독교적이다. 청년기 관전 출품과 입상을 염두에 두고 연작으로 다루던 사찰소재에서 종교적 괴리감도 느꼈고, 어려운 여건에서 그나마 작품활동을 근근이 잇게 하는 동인이었던 문공부의 [국전]1981년 폐지되고 민간 주도 [대한민국미술대전]으로 전환된 마당에 굳이 더 이상 [국전]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안팎의 상황변화에 따라 1980년대 중반부터는 가톨릭 신자로서 신앙에 바탕을 둔 소명의식에 더 충실하고자 작품활동의 목적의식을 달리하게 되었다. (중략)

    김재형의 성서 이야기회화들은 설명적이거나 교조적이지 않다. 신앙을 바탕으로 하되 예술로 풀어내는 작업이라는 면에서 내적 영감과 감동을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신앙과 예술의 융합을 헤브라이즘(Hebraism)과 헬레니즘(Hellenism)의 균형이라 말한다. 정신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의 조화인데, 자연과 예술, 예술과 신앙, 구상과 추상, 모든 면에서 균형과 조화로운 상태를 추구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작업들은 작품 속 서사적 상황을 설명하거나 형상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은 상태, 두텁게 쌓아 올린 질감 속 은연중 내비치는 암시적 형상, 현실과 상상의 겹침, 빛과 어둠의 공존이 공통되게 나타난다. 루오(Georges Henri Rouault)가 지향했던 기독교적 인간 구원의 사명을 그 또한 간절한 기도의 그림으로 이루고 싶어 한다. (중략)

    신심이 바탕이 된 자연 풍경화

    김재형의 풍경화는 1980년대 이전과 이후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작품이 충분히 남아 있지 않아 단정적인 판단은 조심스럽지만, 청년기에는 앞서 살펴본 인상주의 바탕의 사실 화풍인 사찰연작과는 또 다른 인상적 감흥의 풍경들을 그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중략) 1980년대 중반 이후는 이 시기 시작된 신앙적 배경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두텁고 투박한 질감이면서 훨씬 밝아진 색채, 주관적 재해석과 감성으로 변용시킨 전혀 다른 풍경 표현들이 이어진다. 예전 청년기의 사실 묘사나 인상주의 화법보다는 형상을 대폭 생략하거나 뭉뚱그린 내적 심상풍경들로 표현성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중략)

    대체로 김재형의 풍경화는 구도와 색채의 짜임새가 중시된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풍경화는 근경에서 원경까지를 평면화시키며 수평으로 단을 이루어 화폭을 채우거나, 주요 경물을 사선으로 배치해서 화면의 활기를 돋우거나, 중앙에 주된 소재를 수직으로 세워 시각적 긴장감과 무게감을 주는 방식이다. 거기에 원색과 중간색의 조화를 통해 활기와 묵직함을 조절하면서 투박하고 두터운 질감으로 짙은 감성을 우려낸다. 해질녘 풍경이 많은 것도 신이 창조한 세계의 장엄한 경관에 대한 경건함과 풍부한 색채감이 좋아서라 한다. 따라서 그는 호남 인상주의 화풍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단지 시감각적으로 이끌리는 풍경보다는 물아교융(物我交融)으로 내면 깊숙한 곳에서 차오르는 심상을 화폭에 담아내어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신앙과 예술이 하나된 구도자적 화업

    (중략) 김재형의 회화는 독자적인 세계가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도 호남 서양화단의 주류인 인상주의적 집단양식에 휩쓸리지 않고 주관적 소재 해석과 감성을 융합한 표현주의적인 심상화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척하였다. 조선의 햇빛, 생명력의 표출로서 빛에 중점을 두고 현장 감흥을 담아 활달한 붓질을 구사하는 오지호 계열의 인상파적 회화보다, 그 빛의 시각적 작용으로서 색에 더 비중을 두고 원색 대비와 중간색의 조화를 거친 마티에르로 두텁게 우려내던 임직순의 표현성을 더 따랐다. (중략)

    김재형은 예술은 창작의 세계이므로 주관적인 자기 소리를 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사실적인 기법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그래서 도달한 것이 신앙의 바탕 위에서 추상과 구상, 추상과 사실을 버무려낸 주관적 표현의 세계이다. 그는 영혼이 없는 시대에 영혼을 회복할 수 있는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신앙적인 작품을 한다. 정신적으로 영혼이 없는 이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는 소명이 있다.”며 남은 생도 그렇게 정진할 것이라 한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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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형 <그리스도의 현성용(顯聖容)>, 2004, 캔버스에 유채, 61x73cm
    01성체조배(聖體朝拜) 193.9x112.1cm 2018.jpg
    김재형 <성체조배(聖體朝拜)>, 2018, 캔버스에 유채, 193.9x11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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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형 <엠마우스의 그리스도>, 1989, 캔버스에 유채, 145.5x9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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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형 <춘산월색(春山月色)>, 2000, 캔버스에 유채, 162.2x11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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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형 <강 노을>, 1994, 캔버스에 유채, 53x72.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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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형 <무등산 석양>, 2013, 캔버스에 유채, 53x45.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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