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운 초대전 ‘지식의 풍경’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변기숙 작성일25-11-15 11:24 조회26회 댓글0건 관련링크 다음글 목록 본문 신창운 <지식의 풍경>, 2024, 캔버스에 유채, 193.9×390.9cm 신창운 초대전 ‘지식의 풍경’ 2025.10.29-12.14, 드영미술관 지식과 욕망의 경계를 넘어서 미디어의 무한한 확산과 정보의 과잉이 일상이 된 오늘, 우리는 무엇을 진정한 ‘지식’이라 부를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 앞에 서 있다. 인간의 생각과 감정마저 데이터로 환원되는 시대에 ‘지식’은 더 이상 깨달음의 통로가 아니라 통제와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드영미술관은 예술을 통해 지식과 욕망, 존재와 무(無)의 경계를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신창운 기획초대전 《Knowledgescape_지식의 풍경》을 개최한다. 오랜 시간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욕망 구조를 탐구해 온 신창운 작가는 사유와 조형 언어의 긴밀한 결합을 통해 동시대의 모순과 허무, 그리고 초월에 대한 인간의 열망을 시각화해왔다. 그의 치열한 탐구와 수행적 태도에서 비롯된 세상을 향한 관조는, 지식의 권력화와 인간성의 소외가 심화되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예술이 여전히 ‘존재의 근원’을 탐색할 수 있는 힘의 원천임을 일깨운다. 이번 기획초대전 《Knowledgescape_지식의 풍경》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사회적·정신적 현실과 삶의 무게를 예술로 비추며, 작가가 오랜 탐구와 성실한 실천을 통해 확립해 온 조형 세계를 선보인다. 2008년 인도 유학을 계기로 그의 작업은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인도 체류 시절, 작가는 신화와 신적 상징을 매개로 인간 욕망의 양면성과 순환 구조를 탐구하였고, 귀국 이후에는 빛·뿔·화폐·종교 도상 등 다양한 상징을 통해 왜곡된 욕망의 허무와 소비의 본질을 드러내며 인간 내면의 근원적 갈망에 대한 사유를 심화시켜왔다. 이러한 서사적 모티브는 조형적 실험을 통해 확장되었으며, 그 결과 인간 욕망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한층 깊어졌다. 전시명 《Knowledgescape》는 ‘knowledge(지식)’와 ‘scape(경관, 조망)’의 결합어로, ‘scape’를 ‘escape(탈주)’로 치환함으로써 지식을 권력화하려는 욕망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내적 열망을 함의한다. 신창운 작가는 2019년의 《소진된 욕망》展부터 상징적 이미지로 등장한 ‘물거품’을 중심에 두고, 불교 경전 <반야심경>의 구절을 캔버스 위에 병치함으로써 욕망과 초월, 번뇌와 해탈 사이의 긴장을 시각적으로 탐색한다. 꿈·환상·그림자·이슬·번개와 함께 덧없음을 상징하는 ‘물거품’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비유함과 동시에, 생멸과 무상을 품은 예술적 기호로 기능한다. <반야심경>은 모든 존재가 실체 없이 끊임없이 변하는 ‘공(空)’의 진리를 설하며, 집착을 버리고 지혜와 해탈을 통해 자유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작가는 이러한 ‘공’의 사상을 정신적 근간으로 삼아, 경쟁과 집착에 지친 현대 사회 속에서 내적 평온을 모색한다. 캔버스를 가득 메운 <반야심경>의 경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욕망의 굴레를 넘어 지혜와 자유로 향하려는 조형적 여정의 기록이다. 수행자의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새겨낸 필선에는 존재와 허무를 응시하려는 치열한 사념과 깊은 성찰의 흔적이 배어 있다. 《Knowledgescape》展은 이처럼 인간의 욕망과 지식의 이면을 탐색하며, 집착과 소유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려는 사유의 여정을 제안한다. 작가의 번민과 몰입의 결과물인 이번 전시는 욕망과 번뇌에서 출발해 성찰과 평온으로 나아가는 내면의 과정을 시각화한다. 1전시실의 <Knowledgescape> 연작은 인간 내면의 치열한 투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화면을 가득 채운 <반야심경>의 경구는 집요할 만큼 반복되어 새겨지며, 인간이 축적해온 지식과 그것이 낳은 집착, 그리고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을 상징한다. 그 위에 겹겹이 피어오르는 물거품은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욕망의 환영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라짐과 생성이 공존하는 존재의 순환을 담아낸다. 2전시실은 <Knowledgescape> 연작의 또 다른 국면을 보여준다. 고요하고 투명한 명상적 풍경 속에서 전시의 흐름은 욕망의 격랑을 지나 차분하고 정제된 평온의 상태로 이동한다. 단순화된 형태와 은은한 색채로 표현된 물거품은 더 이상 욕망의 소용돌이를 상징하지 않는다. 오히려 순환하는 자연의 질서와 정제된 사유의 세계를 암시한다. 캔버스 위에 새겨진 <반야심경>의 글귀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 대신 얕은 부조로 각인되어 있다. 이는 지식과 욕망의 굴레를 벗어나 성찰과 해탈의 가르침을 내면화한 흔적을 암시한다. 작가가 꿈꾸는 “지식이 아닌 순수한 인간 본성과 무위자연의 합일이 이루어지는 풍경”이 바로 이러한 장면 속에 구현된다. 이처럼 1전시실은 욕망과 고뇌의 긴장을, 2전시실은 그로부터 도달한 평온과 사유의 확장을 보여준다. 두 공간은 욕망에서 해탈로 나아가는 인간 내면의 서사를 구성하며, 관람자는 그 여정을 따라 내면의 변화를 체험하게 된다. 3전시실의 <Knowledgescape> 연작은 1·2전시실의 서사의 출발점이 되는 프롤로그적 공간으로, 인간 욕망의 파괴적 속성을 탐구한다. 불꽃과 용암이 요동치는 화면은 인간 내면의 결핍에서 비롯된 욕망의 폭발을 드러내며, 그 에너지는 스스로를 소진하면서도 다시 타오른다. 붉은빛과 검은빛의 충돌은 욕망의 상처와 허무, 그리고 잔열 속에서 되살아나는 욕망의 불씨를 암시한다. 소진과 재생이 반복되는 인간 욕망의 순환을 응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공간은 인간을 지배하는 욕망의 불길이 남긴 잔해를 응시하며, 존재의 근원적 공허와 무상함을 드러낸다. 3전시실은 욕망의 발화와 소멸을 통해 전시 전체의 사유적 여정을 여는 서문이자, 인간 존재의 불안정한 기원을 비추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신창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욕망과 성찰, 허무와 자유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 조건을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지식을 권력과 소유의 체계로부터 분리시켜 존재가 세계와 맺는 관계의 본질로 되돌리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는 지식을 단순한 정보나 축적의 형태가 아닌, 인간이 자기 인식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도달하는 사유의 과정으로 재정의하는 예술적 실천이다. 관람자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인간 내면의 욕망과 번뇌의 흔적을 거쳐, 궁극적으로 성찰과 평온의 상태에 이르는 미적 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Knowledgescape_지식의 풍경》展은 이 여정의 끝에서 지식을 존재론적 성찰의 장으로 확장시키며, 인간과 세계, 그리고 예술이 교감하는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제시한다. - 변기숙 (드영미술관 학예실장) 신창운 <지식의 풍경>, 2025, 캔버스에 유채, 193.9x390.9cm 신창운 <지식의 풍경>, 2025, 캔버스에 유채, 130.3x80.3cm 신창운 <지식의 풍경>, 2024, 캔버스에 유채, 193.9×130.3cm 신창운 <지식의 풍경>, 2024, 캔버스에 유채, 193.9x130.3cm 신창운 <사라지고 나타나다>, 2023, 캔버스에 유채, 40.9x27.3cm 신창운 <사라지고 나타나다>, 2023, 캔버스에 유채, 112.1x193.9cm 신창운 초대전 '지식의 풍경' 전시 일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