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청량한 '대숲을 거닐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06-18 20:19 조회9,968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 라규채 <Bamboo_#02>, 2010, pigment print ▲ 송필용 <달빛_대나무>, 2011, 캔버스에 유화 ◀ 이구용 <風雨竹>, 2013, 종이에 수묵담채 ▶김진화 <대숲을 거닐때>, 2013, 아크릴,포맥스,LED 마음 속 청량한 ‘대숲을 거닐다’ 무더위와 끈적이는 습기로 후덥지근한 여름날, 대숲바람 속을 거니는 상상 만으로도 온몸이 선선해진다. 도시의 일상에서 시원한 자연풍의 망중한을 즐기고픈 이들을 위한 여름맞이 기획전으로 ‘대숲을 거닐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광주롯데갤러리와 상상창작소 봄이 함께 마련한 전시로 6월 14일부터 7월 17일까지 초여름을 관통한다. 대나무는 워낙에 예로부터 많이 다뤄진 주요 화재인데다 현대회화에서도 즐겨 그리는 작가들이 많은 편이라 친숙하면서도 그만큼 식상할 수 있는 소재이다. 그 대나무와 대나무숲, 대숲의 바람결을 각자의 표현어법으로 시각화시켜낸 작품들이 고루 선보이고 있는데, 강행복의 판화, 장찬홍ㆍ김선두ㆍ이구용의 채묵화, 송필용ㆍ이기홍의 캔버스 회화, 김진화의 LED조명내장 반입체 연출, 박상화의 모니터 영상작품, 라규채의 사진 등 9명의 각기 다른 죽림소요유(竹林逍遙遊) 세계이다.▲ 장찬홍 <비우고 비우고 또 비우면>, 2013, 종이에 수묵담채 원로 문인화가인 계산 장찬홍 화백은 특유의 엷고 부드러운 수묵채색 필치로 거친 비탈에 돋아나는 여린 대나무들을 묘사한 2폭 가리개 병풍을 꾸미고, ‘비우고 또 비우면 사철 저리 푸를까 비우고 가득한 뜻이 마디마디 담겼네’ 화제(畵題)를 써넣었다. 계산의 은근한 담먹에 비하면 먹의 농담과 확연하고 활달한 필치가 대조되는 김선두는 바람에 흔들리는 묵죽과 그 댓가지에서 노니는 뱁새(?)들을 동심처럼 소박하게 묘사하였고, 젊은 수묵세대인 이구용은 비온 뒤 물기 축축한 대나무들을 농묵으로 잡아내고 그 사이사이로 푸른 채색 그늘과 먹선의 인물들을 곁들여 청량감을 더하였다. 송필용은 달빛 교교한 대숲 밤의 서늘한 서정을 청백의 단색조 화폭으로 담아내었고, 같은 서양화이면서 이기홍은 바람결에 물결치듯 일렁이는 대숲의 시각 청각적 효과를 세필로 이파리 하나하나를 묘사하며 중첩시켜 정중동 흐름을 담아놓았다. 그런 시각이미지의 청각적 음미는 라규채의 사진 연작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작은 이파리들의 무수한 떨림과 대숲의 출렁임을 흐릿하게 흩날리는 녹색의 중첩이미지들을 프레임에 담아 가볍게 비춰내었다. 김진화는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는 LED 조명으로 신비감이 도는 대숲을 연출하고 그 별천지 같은 공간에서 가볍고 우아하게 새털을 흩날리며 춤추는 발레리나를 묘사해 놓았다. 강행복은 울울창창한 푸른 대숲에 비치는 노란 보름달의 빛줄기들을 점점이 반짝이게 묘사하였고, 박상화는 영상으로 담아낸 대숲 공간을 거니는 본인의 모습을 결합시켜 미디어아트로 표현해내었다. 강건하면서도 감성이 깃든 필치와 푸른 색조, 화폭마다 스삭이는 바람결, 짙은 서정성들로 전시장은 도시 속 피서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고영재 큐레이터는 “남도의 정서가 짙게 배어있는 대숲을 통해 소재의 상징성을 새삼 가늠하기 위한 장이기도 하다”며, “잦은 외침과 정치ㆍ사회의 지난한 격변 속에서 사람살이의 진심을 천명해온 남도의 '민낯'은 대숲이 품은 결기와 푸르름을 닮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움으로써 단단해지는 무소유의 가치처럼, 때로는 곧은 성정 안에 거친 바람을 담아내는 그 넉넉함과 같이 대숲이 지니는 고아함과 상징미는 새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욕심을 비움으로써 더욱 푸르른 청죽(靑竹)의 위용… 그것의 주제성은 쉼 없이 즉물적인 가치를 쫓는 우리네 삶을 다시금 돌아보는 의도이기도 하다. 아욕(我慾)과 번뇌를 끊임없이 버리는… 언제고 청아한 바람길 서슴없이 내어주는 그 마음자리처럼, 모쪼록 세파에 지친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이 계절이 한숨 쉬어갈 수 있는 절기가 되기를 바래본다”고 말한다. 이번 '대숲을 거닐다' 전시는 광주에 이어 대전(8.17~9.10), 안양(9.14~10.6)의 롯데갤러리를 돌며 대숲바람의 청량함을 두루 선사하게 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