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빈: 가볍게 무거운 몸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고영재 작성일25-07-17 11:56 조회8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2025 뽕뽕브릿지 레지던시 프로그램 전시- '김다빈; 가볍게 무거운 몸', 전시실, 고영재 사진 김다빈: 가볍게 무거운 몸 2025.07.15-07.27 / 뽕뽕브릿지 2025 레지던시 입주작가전 신체적 경험의 매개성과 확장성 사이에서_김다빈의 작업세계 신체가 움직이는 환경이나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요소들에 집중하는 김다빈은 ‘신체적 경험’의 매개성과 확장성 사이를 거론한다. 단독자로서의 몸이 아닌 외부를 향해 열려있는 몸을 제시하는 작가는, 상황에 따라 주체 혹은 객체가 될 수 있는 몸의 관계적 특질을 퍼포먼스·영상·설치·드로잉 등의 방법으로 실현한다. 수행성, 능동적인 매체로써의 신체 김다빈 작업의 기본 테제는 신체 수행성이다. 현대예술에서 신체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 중심에 섰던 이유는 에리카 피셔-리히테(Erika Fischer-Lichte)가 그의 저서『수행성의 미학: 현대예술의 혁명적 전환과 새로운 퍼포먼스 미학』에서 규정한 “수행적 전환(performative Wende)”의 개념이 재점화되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1960년대 반예술을 기치로 한 플럭서스(Fluxus)가 작업 양상의 전면에서 수행성에 부합하는 태도를 보여주었으므로 재점화라는 표현이 적합할 테다. 피셔-리히테는 예술은 작품이 아니라 사건을 만드며, 의미 해석 대신 신체의 물질성과 그것의 기호적 속성을 수반하는 퍼포먼스의 형식이 “신체적 공동 현존”의 개념을 발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일한 시공간에서 만나는 경험에 의해 성립되는 퍼포먼스란 단지 보여주는 것이 아닌, 관객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실제로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현존성(presence)을 같은 시공간에서 발생되는 상호적 에너지로 간주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체 수행성은 예술을 재현이 아닌 변형의 장으로 바라보게 한다. 김다빈의 <몸의 끝에서, 2020>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2020> <가변의 1075, 2023> <단어 조각, 2023> 등은 언급한 수행성에 의한 전환 혹은 변형의 관점에서 해석되는 작업들이다. “Edited Addition, Added Edition”이라는 영문 제목을 갖고 있는 <몸의 끝에서>는 제목의 속뜻 그대로, 수정되면서 더해지고 덧붙이면서 다시 확장되는 흐름으로 읽힌다. 파이프, 옷걸이, 철제 선반 등 일상의 사물이 신체와 접촉되면서 파생하는 상호작용과 이에 따른 변화하는 몸짓을 탐구하는 본 작업에서, 행위자는 단순히 변화의 인지를 넘어선 변화의 주체가 된다. 신체의 움직임과 공간의 상호성을 다룬 퍼포먼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에서의 신체는 자기 내면성이 아닌 철저히 외부성을 마주하며 바깥과 호흡한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원에서 온몸에 천을 휘감은 채 움직이는 신체는 고정된 유기체 혹은 덩어리이기 이전에 주변과 어우러지며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의 산물이다. (중략) 이상의 김다빈의 열거한 작업에서 엿보이는 공통점은 신체는 그 자체가 매개이며, 수행성에 의해 신체는 능동적이며 실천적인 매체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신체의 수행 주체를 수용자로 설정하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의 주체로 설정하며 그 안에서 신체는 외부세계를 감각하며 다양한 층위의 의미를 제고한다. 작가는 매개로서의 신체와 수행성에 독해적 성질을 부여하며 이를 기호로 나열하거나 기록하기도 한다. <신체 시학 시리즈, 2021> <Choreographic code, 2021> <무대를 위한 악보, 2023>에선 물리적 범위의 한계를 지닌 신체 부분 부분의 동작들을 기호화시켜 리드미컬한 이미지의 안무 코드로 치환하는가 하면, 일종의 안무 노트를 통해 몸짓을 기록하기도 한다. 이러한 수행을 위한 기호화된 증거들은 다시 수행되는 과정을 담보하는데, 몸이 지니는 다층적 특징과 가변성에 의해 수행성은 확장되거나 외려 제한되기도 한다. 매개 과정을 통한 인지 열린 축으로서의 몸은 확장성을 띠지만, 반영(reflection) 혹은 관계성 등의 불확정적 요소들에 의해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성질의 것이 된다. 김다빈의 작업에서 신체와 대상(사물), 신체와 외부 세계(환경)와의 관계 재고찰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춤추는 기둥, 2019> <행동문법, 2023> <The line is shapeless, the shape is formless, 2024>에서 신체가 사회적 언어에 부합하는 현상적 쓰임에서 탈피하여 행위의 주체가 되는 형국을 제시하거나, 도리어 환경에 의해 변화하는 신체는 주체가 아닌 객체일 수 있음을 피력한다. 본질적으로 매개성은 다른 것과 관계 지으면서 고려된다. 매개 과정을 통한 인지는 의미 그대로 매개된 직접성이다. 사회와 일상 안에서 관성화되어 무의식적으로 수행하게 되는 행위들, 예컨대 처음 사물을 접할 때엔 사물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지만 그 사물이 나에게 익숙해지면 어느새 그것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한 무조건적인 행위는 언뜻 본능적이고 본연의 것으로 인식되지만, 비켜서 바라볼 때 인과관계와 관계성에 의해 구축된 문명적 양태에 다름 아닐 터이다. 근작 <The line is shapeless, the shape is formless>에는 위의 쟁점이 가시화돼 있다.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신호와 색들, 이동 행위를 수반하는 도로의 선들을 사회 구성원의 행동을 유도하는 하나의 비언어적 신호 체계로 간주한다. 전시장의 관람객은 무의식적으로 그 체계에 순응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어, 언급한 관점을 상징하는 구조물들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주체와 객체의 전환, 체계가 역으로 신체에 반응하는 환경을 통해 행위와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사회 구조 속 비언어적 요소를 어떻게 비틀 수 있는지 실험한다. 김다빈 작업세계의 신체적 경험은 매개성을 필두로 밖을 향해 열린 몸을 지향한다. 바깥을 향한 몸은 바깥에 의해서 규정되는 단일한 덩어리가 아닌 자기 내면성과 외부성이 교차하는 접점이자 주체와 객체가 양분되지 않는 소통의 영역이다. 신체를 매개로 인지할 수 있는 부분, 그리고 매개 없는 본연적 인지 사이의 긴장에서 몸은 확장되거나 제한된다. 결국에 김다빈은 이와 같은 사고의 균형을 의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행성과 매개적 특질을 위시한 신체적 경험은 모종의 잘 기획된 구조로써 작동하는 사유의 실체이자 틀이다. 더불어, 신체는 주체의 쟁점에서 공동체의 쟁점으로의 확장을 도모하기도 하고, 참여와 기억, 동시대 사유 체계의 이슈인 알고리즘까지 여전히 다양한 층위에서 해석될 수 있다. 개념적 특성이 강한 김다빈의 어법이 다분히 고전적 성질의 것으로 읽혔던 이유 또한, 신체가 이전 시점으로부터 여전히 과정형의 화두라는 점에서 기인한 당연한 의문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 신체와 신체적 경험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일련의 현상이나 구조들을 매개하기 위해, 그의 작업이 ‘지금’의 사고와 의식 체계에 맞는 매체성으로까지 귀결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 고영재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2025 뽕뽕브릿지 레지던시 프로그램 전시- '김다빈; 가볍게 무거운 몸', 전시실, 고영재 사진 2025 뽕뽕브릿지 레지던시 프로그램 전시- '김다빈; 가볍게 무거운 몸' 전시장 입구, 고영재 사진 김다빈 <몸의 끝에서>, 2020, 2채널 비디오, 파이프에 스프레이 페인트, 행거, 철제선반, 태블릿PC, 가변설치, 김다빈 자료사진 김다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2020, 라이브퍼포먼스, 천, 김다빈 자료사진 김다빈 <신체시학 시리즈>, 2021, 디지털프린트, 1rpm모터, 아크릴페인트, 가변설치, 김다빈 자료사진 김다빈 <한>, 2023, 브라운관 모니터, 노래방기계, 마이크, 미러볼, 김다빈 자료사진 김다빈 <무대를 위한 악보>, 2023, 동판에 레이저, 각 60x90cm, 김다빈 자료사진 김다빈 <The line is shapeless, the shape iss formless>, 2024, 나무, 철제레일, 아크릴페인트, 가변설치, 김다빈 자료사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