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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뉴욕 작가의 대화’ (Dia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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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병헌 작성일25-07-18 09:10 조회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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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준 <The pandora's box>, 2025, 캔버스에 유채

     

    광주-뉴욕 작가의 대화’ (Dialogue)

    2025.07.12-08.24 / 소촌아트팩토리 큐브미술관

     

    광주 광산구에서 주관하는 행사로서 국제적인 미술 교류전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물론 지난 2021년 진행한 산단프레비엔날레에 중국, 방글라데시, 네팔 등의 작가가 작품을 통해 참여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펜데믹 사태로 인하여 작가들이 직접 올 수는 없었다. 이번 교류전은 미국 뉴욕과 보스턴, LA 등에서 활동하는 안써니 라구치 작가가 광주에 와서 김25, 오영화, 정성준 작가와 함께 전시라는 행사를 매개로 다양한 측면에서 상호 교류하는 자리이다.(중략)

    이번 교류전의 주제는 대화(Dialogue)’이다. ‘대화란 뜻의 영어 다이알로그는 그리스어 디알로고스(dialogos)’에서 온 것인데, 이것은 ‘() 통하여(through)’, ‘사이(between)’를 의미하는 디아(dia)’(word)’, ‘이성(reason)’ 등을 뜻하는 로고스(logos)’가 합쳐진 말로서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가리킨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이 단어를 그것의 단순한 의미를 넘어 자신의 철학적 사고를 위한 방법으로 확장하여 사용했다. 그의 유명한 대화편인 <국가(Politeia, Republic)>, <향연(Symposion, Symposium)>, <프로타고라스(Protagoras)> 등을 보면 그는 자신의 저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어떤 진리에 도달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그의 이와 같은 대화를 통해 갈등과 모순을 극복하는 체계적인 진리 탐구의 방법을 우리는 변증법(dialectic)’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이번 교류전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무엇 또는 도달해야 할 종착지가 있다면 그것 또는 그곳은 어떤 곳 또는 것일까?

    25 작가의 최근의 작업은 서양미술의 오래된 테마 중 하나인 노아의 방주와 주로 관련되어 있다. 그녀의 일련의 작품 제목 자체가 <Noah’s Ark>이다. 각각의 작품 자체는 크기도 다르고 칠해진 색도 다르지만, 각 작품에는 작품의 제목만큼이나 동일한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마치 세상이 끝났다는 듯 거칠게 용솟음치는 거대한 해일로 뒤덮인 바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Noah’s Ark> 시리즈에서 우리는 거의 자연의 형태를 발견할 수 없다. 방주는 거의 보이지 않고 몇 작품에서만 겨우 선체의 윤곽이 있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다시 말해서 그녀의 <Noah’s Ark> 시리즈는 화면 전체가 거친 색채의 유희로 가득 차 있는, 거의 비-대상회화(non-objective painting)에 가까운 추상화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그녀는 전쟁과 기아, 생태계 파괴, 차별과 반복 등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재앙적 현실을 목도하면서 느꼈을 불안과 격정, 연민과 알 수 없는 분노 등의 감정에도 불구하고 격랑의 바다를 지나면 나타날 구원이라는 마지막 희망을 바라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화폭에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보인다.

    오영화 작가는 오래전부터 최근까지 일관된 작업을 해오고 있다. 물론 오랫동안 그녀의 작업을 지켜본 사람은 쉽게 알겠지만, 그렇지 않고 최근의 작업만 보더라도 그녀가 무엇을 작품의 주제로 그리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렇다. 그녀는 고양이를 즐겨 그린다. 집고양이든 길고양이든 가리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묘사되며, 과장되게 말하면 나머지 인물이나 사물 등은 고양이를 위한 배경에 지나지 않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왜 그녀는 고양이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그것은 그녀가 말한 바 있듯이, 고양이만큼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척도가 되는 동물이 드물기 때문이다. 반려견처럼 고양이 역시 인간과 오래전부터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고양이는 개와 달리 아직도 야생에 한 발을 걸치고 있어서 인간에게 절대적인 순종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점점 자연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되고 동식물이 살아갈 곳을 잃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고양이라는 존재가 특별한 의미를 갖음을 알려준다. 고양이의 습성을 본다면, 자연과 인간 사이의 중간자로서 고양이와 인간이 얼마나 조화롭게 사는지에 따라 지구 환경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는 고양이를 주목하며 최대한 사실대로 그리고자 한다.

    정성준 작가는 그동안 몇몇 작업의 변화 단계를 거쳐 왔다. 하지만 한정된 지면에서 그것들을 다 말할 수는 없다. 형식적인 것은 차치하더라도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 현재의 작업에 영향을 준 것은 2009년 그의 북경 유학 시절 때였다고 한다. 당시 북경의 도심 대기오염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나빴었고, 이는 자연스레 무분별한 자원개발, 환경파괴,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등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과 작업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멸종 위기종인 북극곰과 남극의 펭귄, 코끼리와 여우원숭이 등이 인간 대신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삭막한 도시 곳곳을 무대로 트램을 타고 무언가를 찾아 여행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북극의 빙하와 남극의 얼음이 녹아서 북극곰과 펭귄이 삶의 터전을 잃고 사막의 초지가 없어져 코끼리와 여우원숭이가 먹이를 찾아 떠난다. 이들의 여행 목적지는 과연 어디일까? 현재로서는 어디에도 없는 듯 하다. 하지만 그들은 생존을 위해 우리에게 시위하듯 회색빛 도심을 여행하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토피아를 찾아 나선다. 작가는 그들의 여정을 재미나게 그리지만 그래서 더 먹먹하다.

    안써니 라구치 작가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다. 그는 뉴욕, 보스턴, LA 등 미국의 여러 도시뿐만 아니라 유럽은 물론 한국, 중국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많은 사람과 만나고 그들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했다. 이러한 그의 다국가적 경험은 그로 하여금 우리의 결정과 행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자기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을 탐구하도록 이끌었다. 이와 함께 최근 그는 (home)’에 대한 개념에 주목하며 특정 장소나 환경과의 정서적인 유대감 형성 과정을 탐구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그는 회화(최근 그는 한지에 수채화 작업을 한다), 조각,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합하여 작업한다. 특히 그의 <라라 랜드 LALA Land>라는 비디오 작업은 사운드를 맡은 크리스토퍼 바톤(Chistopher Bartone)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작업이다.

    지금까지 간단히 언급한 것처럼 4명의 작가가 지향하는 지점은 각기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서로 다르다는 점 때문에 그만큼 더 이들은 교류를 통해 자신들의 예술적 내용물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며, 그만큼 더 종착지에 다가갈 것이다.

    - 김병헌 (미학박사, 소촌아트팩토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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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준 <Global Warming!>, 2020, 캔버스에 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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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영화 <Mr. Johns Bed>, 2024, 캔버스에 유채
    오영화,Let's go to lunch,2018,광주뉴욕작가의대화,소촌,20250712-1.jpg
    오영화 <Let's go to lunch>, 2018, 캔버스에 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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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25 <노아의 방주>, 2025, 캔버스에 유채
    안써니라구치,광주뉴욕작가의대화,소촌,20250712-1.jpg
    안써니라구치, 종이에 수채
    앤서니라구치,Park Square,2025,종이에수채,광주뉴욕작가의대화,소촌,20250712-1.jpg
    안써니 라구치 <Park Square>, 2025, 종이에 수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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