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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문화마루에서 ‘거시기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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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7-24 15:43 조회10,3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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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문화마루에서 ‘거시기 하시죠?’


    뭔가를 딱 잡아, 아니면 꼭 집어 말할 수 없거나 없는 상태 또는 그런 상황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대표적인 전라도 말이 ‘거시기’다.


    무엇이 거시기한지? 무엇을 거시기 하자는 건지? 보는 사람이 알아서 알아듣고 생각해 보는, 전시제목 때문에 괜히 더 거시기해지는 진행형 프로젝트 형식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쿤스트할레광주 아시아문화마루가 기획한 [거시기 하시죠?] 전시는 최정화 작가의 기획으로 7월 19일 시작해서 올해 네 번째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끝나는 10월 23일까지 참여작가들이나 작품을 계속 더해가는 프로세스 전시다.
    최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홍보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개원에 관한 홍보관을 쿤스트할레 광주 안으로 모아 옮겨오면서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나 전당 건립공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구 도심권에 문화적인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획되었다.





    현장을 찾으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최정화 작가의 <숨쉬는 꽃>이다. 5ㆍ18민주광장인 구 전남도청 앞 분수대 위에 큼직하게 올려진 연꽃이 활짝 피었다 움츠렸다를 반복하는데, 에드벌룬처럼 꽃을 만들어 공기를 넣고 빼는 작동에 따라 꽃모양이 변화하도록 만들었다. 5ㆍ18광주민중항쟁의 심장부이자 본 무대와도 같았던 분수대 위에 광주시민의 붉은 열정을 ‘살아 숨 쉬는 꽃’으로 승화시킨 것 같다. 얼마 전 설치를 마친 구 전남도청 아시아문화전당 공사장 앞을 가리는 여러 작가들의 공동작업 예술 가림막과 배경이 되어 공사장으로 폐쇄된 이 광장에 시각적으로나 의미 면에서도 기운 센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최정화는 이 숨 쉬는 꽃 말고도 그가 자주 이용하는 경찰마네킹들을 <퍼니 게임>이란 제목으로 쿤스트할레광주의 컨테이너 지붕과 실내 라운지에도 배치해 놓았다. 광주의 민주화운동 역사현장이면서 이제는 국제 문화 허브로 탈바꿈해 가고 있는 이 광장을 정복을 입은 국가 공권력이 높직이서 내려다보고 있는 형세이다. 라운지의 드럼통과 쟁반, 플라스틱 의자들로 이색적인 문화공간과는 이질적 존재인 경찰 마네팅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아시아문화마루 컨테이너 건물의 정면 전체를 통째로 가리고 있는 마문호의 <행복한>은 포장마차천과 꽃무늬와 녹색의 보자기천을 박음질하고 거기에 큰 글씨로 ‘행복한’을 기워 넣었다. 지자체의 정책 캐치프레이즈인 ‘행복한 창조도시’의 축약일 수도 있고, 행복한 무엇에 대한 연상을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 뒤에 이어질 말이 무엇인지, ‘행복’이란 게 무엇인지를 무수히 지나치는 시민들과 이 공간을 찾는 이들이 생각해보게 한다.


    라운지의 바 뒤편 벽에는 정운학의 LED가 내장된 <책의 이야기>가 붙어 있다. 계속해서 변하는 LED색과 함께 속에 내장된 단어와 책이름 같은 글자들이 필름에 담겨 읽힐 듯 말 듯 비쳐진다.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스치게 되는 ‘정직’ ‘꿈’ ‘히틀러 자서전’ 같은 영어 말들을 의식과 무의식 간을 오가는 공공의 이념이나 개별 신념, 공적 사회 속의 특정 개념과 인물 존재들처럼 드러날 듯 말 듯 내비치는 것이다. 정운학은 이 ‘책’ 연작을 옆 공간으로 더 확장시켜 설치하거나 이와 별도로 뒷마당의 허공에 ‘옷’ 연작들을 더 설치할 예정이다.


    뒷마당에는 이매리의 <shoes 이야기>가 놓여 있다. 매끄럽고 날렵하게 생긴 붉은 하이힐 한 짝이 크게 확대되어 만들어진 작품이다. 현대인의 과장된 욕망과 외적 치장을 신발에 빗대어 얘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1차로 선보인 이들 네 명 외에도 김주연, 박유목, 최옥수, 손봉채, 권용주, 백현주, 오승열, 윤지원, 안데스, 김진우, 유진규, 박나훈,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시나위와 광주시민들의 작품이 계속 더해져 갈 예정인데,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막날이기도 한 9월 2일 오후 8시에 모든 작가들의 작품이 모아진 상태에서 오프닝 파티를 갖고 10월 21일 저녁 8시에 마무리 파티를 열 계획이다.

     

    진화해 나가는 전시와 함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홍보관의 시민참여 프로그램들, 가령 '시민이 만드는 홍보관', '찾아가는 홍보관', ‘문화가디언들과 함께 문화지도 만들기’, 문화전당 주변 ‘문화둘레길 프로젝트’ 등 프로그램들이 이 공간에서 진행된다. 또한 매주 금요일에 문화마루에서 펼쳐지는 무비나이트, 오픈토크, DJ+NIGHT와 매 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광주 야(夜)벼룩시장', 8월 22일부터 28일까지의 아시아문화주간과 아시아 창작공간 네트워크 심포지엄, 전당 창조원의 쇼케이스 공연, 예술극장 국제공모창작 워크숍 등이 진행되며, 2011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에 맞춘 네트워킹 파티(8.26)와 '광주 야(夜)벼룩시장'과 연계한 ‘월드뮤직콘서트’(8.27) 등 도심 한 가운데서 펼쳐지는 생생한 문화현장 프로그램들로 활기를 채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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