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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유물이 될 ‘현재인 ; 불확실한 가치’ - 이정기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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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2-08-28 14:09 조회8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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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기 '불확실한 가치' 개인전 일부

     

    시대의 유물이 될 ‘현재인 : 불확실한 가치’ 이정기 개인전

    2022.08.23.-09. / 무등현대미술관

     

    회화와 입체조형, 미디어영상 설치를 넘나들며 폭넓은 작품활동을 펼쳐가는 이정기의 열한 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현재인 : 불확실한 가치라는 주제로 823일 시작되어 오는 913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 초대전으로 진행 중이다.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돼지저금통 연작의 또 다른 버전으로 시대의 유물이 된 불확실한 가치라는 주제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매몰되었다가 훗날 발굴될 저금통이라는 설정을 시각화시켜 내었다. 특히 돼지저금통에 거울 조각들을 빼곡히 덧씌워 파편화된 욕망의 단상들을 제시하던 이전의 작업들과 달리 시멘트로 떠내어진 저금통들로 전시를 꾸몄다.

    콘크리트 문화로 상징되는 이 시대 속도와 규모, 자본증식 욕망의 경제가치 우선 세태를 함축해서 풍자하는 조형어법이다. 삶의 공간과 자취는 시간의 흐름 속에 알게 모르게 사라지고 잊혀지고 퇴적되어 갈 것이고, 어느 시점엔가 먼 훗날에 발견 발굴 되어질 때 이 시대를 되짚는 탐임캡슐이 될 거라는 미래적 관점의 메시지다.

    끊임없이 반복 재생산되는 소비재의 범람과 판박이 대량복제 문화는 건축물만이 아닌 생활 여러 부문에서 일상화되어 있는데, 동시대인으로서 그 자신도 질식할 듯한 답답함과 위기감을 느끼며 경각심을 갖자고 소리 없는 형상들로 외치고 있는 것이다. 개별성도, 감정도, 온기도 없이 똑같은 모양으로 줄지어 배열된 시멘트 돼지저금통들이 그런 시대풍자 발언의 압축이다.

    특히 전시장 절반을 차지하며 천정 높이까지 닿을 정도로 거대한 구조물의 돼지저금통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공들인 조형적 발언의 정점이다. 조립식 거푸집으로 짜 맞춘 자본과 욕망의 덩어리를 돼지저금통으로 형상화시킨 것이다. 어느 면에서 이 작품은 마을마다 배어 있는 고유한 역사 자취, 주민들의 삶의 현재와 상관없이 장소불문 어느 곳이나 기계적으로 최단기간 찍어내는 재개발단지 대단위 아파트단지들로 대변되는 거대 콘크리트 건축물들을 연상케 한다. 삶의 공간들을 대체해 가는 욕망증식 사회의 집적물들이 이 시대의 유물이게 될 것이라는 비탄이 담겨 있는 듯 하다.

    전시장 벽면의 매몰되거나 발굴되는 돼지저금통들의 현장사진과, 전시장 한쪽에 흙무더기와 함께 포개어진 돼지저금통들은 이러한 전시 의도를 더 명확하게 읽히게 하는 연출물이다. 좀더 욕심을 내자면 발굴된 유물로 전시 컨셉을 설정한 만큼 저금통들에 흙이 묻어 있거나 현장 퇴적물들이 일부 같이 옮겨져 발굴의 흔적을 연출할 수도 있고, 일부 박물관 쇼케이스 전시대를 이용한 구성이 곁들여졌다면 훨씬 실재감을 높일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정기는 작가노트에서 오늘날 우리들은 과학기술, 산업화 등을 통해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물질문명의 풍요 속 혜택을 받고 있다. 그리고 현재 자본 중심적 사회와 사고는 그 가치판단의 기준이 자본의 이익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가올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변화에 대한 불명확함과 불확실함에서 인간의 가치판단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 자세인지를 생각해 보며, 현재를 사는 지혜를 엿보고자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도 한 시대의 상징물로 표현된 돼지저금통 형상은 미래에 발견된 유물의 형식을 띠고 있다. 미래의 관점에서 오늘을 보는 반추적인 역할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정기의 발언은 단지 사라져가는 돼지저금통의 존재와 용도폐기의 문제만이 아닌 부의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인간성 상실, 인간탐욕의 과소비로 인한 환경의 파괴와 자원의 고갈, 기후위기 등에 대한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 사실 이러한 환경생태 위기경보나 작가들의 발언이 실제 현장과 세상에 얼마나 반영되고 파급력을 가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시대를 직시하며 덮이고 가려진 것들을 드러내며, 미래를 예감하는 창작자들의 감지와 대가성 없는 조형적 발언이라도 거듭해서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도를 넘는 과도한 욕망이 한 순간에 무너져내려 무고한 이들까지 붕괴되고 매몰된 삶의 터전과 희생들을 여러 번 뉴스로 전해 들은 올 여름의 뒤끝이라 작가의 외침은 그만큼 더 울림이 크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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