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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의 여러 가지 빛깔, '바로크적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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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22-10-21 09:38 조회3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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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세영.생성지점.2019.장지에먹,석채,분채.160x280cm.바로크적드로잉-무안군오승우미술관.20221019-2.jpg
    윤세영 <생성지점>, 2019, 장지에 먹, 석채, 분채, 160x280cm

     

    우울의 여러 가지 빛깔, '바로크적 드로잉'

    2022.10.15-2023.02.05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요즘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의 이상변화나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 현상은 인류에게 죽음과 멸망의 시간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어두운 사실을 일깨워준다. 또 한편으로 이러한 우울함은 최근에 환상과 광기, 기괴함으로 가득 찬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려내는 문학이나 영화, 회화, 미디어아트 등에 지속적으로 어떤 에너지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

    위기의 시대에 나타나는 단절과 연속의 갈등은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불꽃의 화려한 정염과 그것의 소멸이라는 양면성을 바라보아야하는 사람들에게 우울의 감정을 스며들게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우울에 오랫동안 침잠하면서 위기의 시대를 관조하고 세상의 중심이 비어있음을, 우주의 허공에 던져져 죽을 수밖에 없는 가여운 피조물의 심연을 극적으로 표현했던 대표적인 시기로 17세기 바로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독일 철학자인 발터 벤야민은 17세기 바로크를 현대로 가져왔고 세계를 보는 하나의 관점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독일 바로크 연극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벤야민은 멜랑콜리를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자아의 무의식 속에서 생겨나는 상실에 의한 분리 혹은 통합의 수준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인 비유, 다시 말해 알레고리로서 나타나는 일종의 예술의 의지로 보았다.

    요즘 들어 바로크 혹은 네오 바로크 경향은 미술사 외에도 문학을 비롯해 건축, 영화, 패션, 디자인의 세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현대의 바로크는 한편으로 과거 위기의 역사적 현상들과 연결시키고 이율배반적인 함의를 내포하면서 그 초월성을 끝내 유예시키는 우울을 통해 끊임없이 다중적으로 접혀지고 펼쳐지는 주름처럼 변형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문화적 현상들로 보여진다. 우리는 동시대 미술에서, 특히 드로잉들로부터 이러한 흐름들을 감지할 수 있는데, ‘바로크적 드로잉이라는 주제로 살펴보기로 한다.

    임현채는 육아와 작가를 겸하는 자신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그린다. 그녀는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 여행했던 기억, 가사노동 등 미시적인 삶들을 계속 집적시켜 거대한 덩어리로 만든다. 작은 장난감 블럭이나 고깔모자, 인형, 미니어춰 집과 놀이터, 감자 건조대 등이 점점 거대해지고 대신 꼬끼리, , 탑 등 현실 속 커다란 대상들이 점점 작게 축소된다. 이 역설적인 대조법으로 구성된 무거운 삶의 덩어리는 매우 작은 힘점에 의해 위태롭게 지탱된다. 불안하고 낯설은 삶은 곧 가까운 미래에 붕괴될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파멸의 징후가 이처럼 육아와 가사노동을 기반으로 쌓아올린 작가의 애정 어린 삶의 대상들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우울은 더욱 큰 생채기를 남긴다. 또 한편으로 무거운 삶을 지속시키고 있는 에너지에 대한 그녀의 따뜻한 유희와 비유는 그럼에도 삶이 유지되는 한 우울의 해독제로서 예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세영의 세계는 바다를 배경으로 김을 채취하고 톳이나 감태를 따며 삶을 살았던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작가 자신과 딸로 이어지는 자신의 태생과 관련된 삶과 연대를 기반으로 펼쳐진다. 작가는 자신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무렵 겪었던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애도를 거치면서 비로소 이율배반적이고 상반된 두 국면을 함축하고 있는 바다의 알레고리를 이해하게 된다. 종이, 석채, 유리병, 잉크, 실로 구성되는 그녀의 회화와 설치작품은 탄생과 죽음, 빛과 어둠(심연), 생성과 소멸의 양면성을 관조하는, 어둠이기도하고 빛이기도 한 푸른 멜랑콜리의 나르시시즘적 관계망으로 나타난다. 이 멜랑콜리는 원래 인간의 무의식에 투사되어 자신의 일부를 이루는 본성이기도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샛별은 파국의 징후와 이를 지켜보는 우울의 관조를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한다. 그녀의 그림의 주조를 이루고 있는 빛과 어둠, 맥락이 붕괴된 형상과 사건들, 원시적인 숲, 혹은 인공적인 녹색의 폭력, 검푸른 우울 등으로 상징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는 이러한 풍부한 회화적 요소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승미역시 피조물의 고유한 슬픔을 검은 바탕을 배경으로 푸른색 주름과 연약한 새의 형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흰 새의 몸에 엉킨 푸른색 주조의 주름, 겨울 꽃, 나뭇가지는 슬픔과 분리되지 못하고 자신의 몸과 합쳐진 멜랑콜리를 의미할 것이다.

    강주리는 종말의 징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가 변형되거나 진화증식된 나무와 식물, 연약한 곤충, 토끼, 개구리 혹은 로드킬 당한 유기견 등의 동물들을 마치 대홍수기에 노아의 방주에 태우듯 섬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바로크의 바니타스 정물화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펜드로잉은 태어나자마자 죽음의 숙명을 지닌 피조물로서의 인간과 자연의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윤경역시 대재앙이나 전쟁으로 인해 멸망한 아포칼립스(apocalips)적인 지구의 인간과 다른 생물들이 서로 콤비를 이루어 약점을 보완하며 생존하는 모습을 환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디스토피아 세계에 남겨진 아이들은 동물들과 상처 입은 몸으로 서로를 지탱하며 삶을 유지하는 힘겨운 내러티브를 지니고 있다.

    이주리는 세속적인 모든 것을 벗어버린, 오로지 신의 피조물로서 인간의 적나라한 몸을 그린다. 인간 자신의 상승이나 하락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코 풀리지 않을 엉킨 군상들의 바로크적인 몸은 마치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불꽃처럼 붉은색을 띠고 있으며 서로 뒤엉킬수록 역동하는 근육으로 더 없이 찬란히 빛난다. 그 아래로 이제 다 타고 재로 돌아가는 듯한 회색의 몸들이 보인다. 우창훈은다중적 다차원의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인과적 운동과 사건과 운명들을 결정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인 진동과 파장, 그리고 울림을 즉흥적으로 교감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회화에서 우주의 운동을 감지한(인식한) 주체(작가)의 몸으로 구현되는 입자의 파동과 부유하는 공간, 면의 진동과 중첩되는 기하학적 문양들(fractal structures)의 끊임없는 변화와 운동은 과잉된 곡선들의 교차와 함께 거대한 크기의 캔버스에 구현된다.

    * 박현화 무안군오승우미술관 관장의 전시기획 글에서 편집자가 임의발췌하여 구성함

    윤세영.생성지점.2018~22.장지에석채,분채,레진.648x260cm.바로크적드로잉-무안군오승우미술관.20221019-1.jpg
    윤세영 <생성지점>, 2018~22, 장지에 석채, 분채, 레진, 648x260cm.

    임현채.시간2.2019.종이에연필,아크릴과슈.193.9x150cm.바로크적드로잉-무안군오승우미술관.20221019-1.jpg
    임현채 <시간 2>, 2019, 종이에 연필, 아크릴과슈, 193.9x150cm

    임현채.모두안녕하기를.2022.종이에연필,아크릴과슈.110x240cm.바로크적드로잉-무안군오승우미술관.20221019-.jpg
    임현채 <모두 안녕하기를>, 2022, 종이에 연필, 아크릴과슈, 110x240cm

    우창훈.팬데믹카오스.2021.캔버스에유채.500x210cm.바로크적드로잉-무안군오승우미술관.20221019-1.jpg
    우창훈 <팬데믹 카오스>, 2021, 캔버스에 유채, 500x210cm

    이승미.바로크적드로잉-무안군오승우미술관.20221019-1.jpg
    이승미 <.심연>, 2021, 장지에 채색, 130x162x5cm 등
    소윤경.Combination연작.2018.종이에콘테.각76x112cm.바로크적드로잉-무안군오승우미술관.20221019-1.jpg
    소윤경 <Combination> 연작, 2018, 종이에 콘테, 각 76x112cm

    강주리.바로크적드로잉-무안군오승우미술관.20221019-1.jpg
    강주리의 '바로크적 드로잉' 전시작품 일부

    우울의여러빛깔.무안군오승우미술관.20221019-9.jpg
    '바로크적 드로잉' 전시 중 이주리, 이승미의 작품
    우울의여러빛깔.무안군오승우미술관.20221019-5.jpg
    '바로크적 드로잉' 전시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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