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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임 초대전 ‘보나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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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서휘 작성일23-06-04 11:06 조회5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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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임 초대전에서 '고양이를 위한 석등'

     

    최순임 초대전 보나의 정원

    2023.4.27-6.4 / 광주 드영미술관

     

    고양이를 주 소재로 도조와 회화를 병행하는 최순임의 개인전 보나의 정원 Bona’s Garden, LE JARDIN‘이 드영미술관 초대로 열렸다. 작가의 주요 작품세계와 전시의 구성 내용을 드영미술관의 기획 글을 통해 공유해 본다. (편집자 주)

    최순임 초대전은 정원이라는 화두 아래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조형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본인만의 독자적인 예술적 세계관을 구축해가는 그녀의 작품은 삶의 곡선과 감정을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하여 어린아이의 순수한 상상처럼 표현하는 작업이 특징적이다. 기존의 전시에서는 여행자, 고양이, 산수도, 회전목마 등 각각의 연작물이 지니는 의미는 다양했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거나, 고양이를 의인화하여 여행의 동반자로 표현하는 등의 다채로운 상상력이 그녀의 작업 세계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각각의 내용을 언급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정원으로 설명되며 그동안의 모든 작업물은 정원을 구성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전시는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에 주목하여 3가지의 정원파트로 나눠 구성되었다.먼저 제1전시실에는 기쁨과 환희의 정원으로 이탈리아 여행 당시 아름다운 역사적 건축물과 예술품을 관람하며 느꼈던 환희의 감정을 예술적 영감으로 치환하여 회화적 표현으로 담아낸 공간이다. 2전시실에는 생명 순환의 정원으로 작가의 인생전환기와도 같았던 투병기간 중 생성과 소멸이 쉼 없이 반복되는 자연의 이치를 지각하며 이후 본인과 가장 가깝거나,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요소들의 소중함을 자유로운 드로잉으로 표현하였다.3전시실에는 고요와 안식의 정원으로 모든 생명은 생성되고 결국 소멸하는 순리를 받아들이며 모든 생명이 삶의 끝에 평화로운 자연에서의 쉼을 기원하고자 공간적인 의미를 담았다. 고요한 공간에 부드러운 물이 흐르는 소리와 입체설치작품이 뿜어내는 기운은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작가의 반려묘 양양이와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이 거칠고 척박한 세상에서 벗어나 편안한 안식을 되찾길 바라는 작가의 염원을 느끼게 한다.

    최순임의 작업은 단어가 가지고 있는 어원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주제가 되는 단어들이 각각 지니고 있는 글자마다의 뜻을 분해하는가 하면, 내포하고 있는 여러 철학적 의미를 탐색하고 그 안에서 본인과 맞닿아있는 지점을 찾아가는 행위를 거친다. 이를 통해 기존 알고 있던 것과는 또 다른 의미로 파생되며 뻗어가는 연상결합적 사고과정을 통해 작업의 방향을 찾아간다. 그렇게 피어난 것들이 한데 모여 작가만의 정원을 꾸려가고 있다. 우리가 최순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이곳, 작품 속에서 마치 그림자처럼 잔잔하게 동행하는 것이다.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아닌, 지금까지 가꿔온 요소들을 하나로 모아 비로소 완성된 소소한 집합임을 말하고자 한다.

    전시명의 ‘LE JARDIN’(르 쟈르당)은 불어로 정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영어로는 Garden(가든)이라고 한다. Gard(가드 : 울타리) + Eden(에덴 : 낙원)의 합성어인 정원의 단어적 의미를 탐구한 최순임은 거칠고 척박한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임의로 만든 각자의 고요한 정원에서 비로소 진정한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으며 상처로 가득한 내면은 본질을 성찰하는 행위, 즉 돌봄과 보살핌의 기술을 통해 정원으로 구현된다고 해석했다. 작가의 정원은 꽃과 풀 등의 단순한 자연의 서정적 이미지를 넘어, 특별한 웅장함이 화면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객관적인 정원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작가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조심스레 찾아낸 아득하고 거대한 에너지의 속성이다. 푸른 정원엔 물이 흐르고 우주로 닿을 듯한 빛이 가득하며 언뜻 보기에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면엔 날카롭게 베인 상처와 고통도 함께한다. 이렇게 상반된 두 존재가 함께 공존하며 더욱 강하고 건강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는 곧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성찰과 실천을 반복적으로 행하는 최순임의 모습 그 자체를 그려낸다. 즉 최순임에게 정원이란 한 인간의 역사와 관념, 감정 등을 모두 아우르는 공간개념이라고 할 수 있으며 경험을 통해 얻어진 모든 가치가 집약된 사유의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최순임의 도전과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현재의 시공을 생생히 느끼고 표현해내는 의미를 중점으로 천착하여 그녀의 색으로 가꿔가는 행위를 통해 도약할 것을 암시한다. 그녀는 드로잉,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선과, 독자적인 색을 사용하는 등의 기법을 통해 회화적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작품의 완결을 고집하기보다 보는 이들의 생각과 해석의 자유를 열어두었다는 점이다. 이는 미완이 아닌 작품을 읽고 느끼는 과정까지를 예술의 현재 진행형으로 간주하며 아직은 모호한 앞날을 나아가는 우리의 미래와 작가가 가꾸고자 하는 정원이 맞닿아있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지금의 완결은 작가의 몫이 아닌 보는 이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공감하고 반응할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한다. 따라서 그 과정 안에 함께 머물며 나를 이루는 것에 대한 고민과 방향성을 고찰하며 진정한 나를 마주하길 바란다.

    - 조서휘(드영미술관 학예연구원)

    최순임.정원의향기.2023.나무패널에아크릴,혼합재.각120x80cm.jpg
    최순임 <정원의 향기>, 2023, 나무패널에 아크릴, 혼합재, 각 120x80cm
    최순임.기쁨.2023.캔버스에아크릴,콩테크레용.각150x130cm.jpg
    최순임 <기쁨>, 2023, 캔버스에 아크릴, 콩테크레용, 각 150x1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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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임 초대전 '보나의 정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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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임 초대전 '보나의 정원'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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