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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무더기의 소리에 취하다 ; 임근재 회화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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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박은지 작성일23-09-02 17:48 조회6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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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근재 <나의 노래>, 2023, 캔버스에 유채, 72.7x60.6cm

     

    꽃무더기의 소리에 취하다; 임근재 회화세계

    2023.08.23-09.03 / 양림미술관 개인전

     

    중견작가 임근재 개인전이 93일까지 광주 양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화사한 색채와 투명한 빛의 장미와 나팔꽃을 주된 소재로 한 최근작들과 함께 2000년대 이후의 몇 작품을 함께 전시하여 지난 시절을 되비춰보고 있다. 이번 개인전 팸플릿에 미술평론가 박은지(의재미술관 학예연구실장)는 그의 1993년 첫 개인전부터 최근까지를 일별하여 긴 평문을 실었는데, 이 가운데 일부를 발췌하여 임근재의 회화세계를 들여다본다. - 편집자 주

    서양화가 임근재는 자신의 고향인 장성에서 자연스럽게 바라본 남도의 풍광 중에서도 황량한 겨울풍경을 소재로 한 자연 미학의 사실주의적 작품을 그리며 2,30대 청년기를 보냈던 것으로 지역미술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화려할 것 없는 결핍과 모든 존재의 소멸로 상징되는 겨울을 이겨내는 화가 자신의 인고의 세월을 투영한 듯한 조로(早老)의 흔적은 지역 화단에서 서양화의 모던한 작풍을 잇는 대표적인 이미지로 기억될 법하다. (중략)

    과거 임작가가 줄돋 꽃을 바라보는 시선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인간의 시선에서 이제는 꽃 뒤에 이파리와 줄기, 그리고 꽃봉을 받치는 꽃받침과 꽃대, 꽃 주변의 다른 꽃들, 풀들, 나무, 그리고 인간들의 움직임, 서양화 속에서의 한국적인 것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며, 그의 시선은 꽃들의 움직임을 소리로 인식하는 오랜 세월 동안 다소 외골수처럼 자신의 작품세계의 생장에만 귀 기울였던 자신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가 비로소 아래로부터 바라보는 꽃들의 위대함과 아래로 향하며 피는 꽃들에 대한 시선으로 옮겨진 작가 자신의 편안하고 평화스러운 스스로의 상태를 담담히 읊조리는 즐거움의 경지에 도달할 만큼 또 다른 탈피를 이룩했다고 본다.(중략)

    나팔꽃이나 소나무, 동백꽃 등을 보이는 그대로이지만 나만의 시각 설정을 통하여 향수 어린 동겨을 그려 보려고 노력한다. 리듬으로 가수들이 자신의 살아가는 노래를 한다면 나는 그림으로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노래한다.”(중략)

    작가 임근재는 자신의 구도 행위와 같은 비구상과 구상회화의 접목, 색채의 과감한 시도, 구도와 소재의 변화 등을 통해 지난 30여 년의 화업을 잇는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스스로 식물들의 영혼을 수집하는 독보적인 파수꾼이 되었고, 꽃들의 말을 이해하는 유일한 번역자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이들의 존재를 알려온 장본인이다. 세월의 무상함을 비껴가듯 끝내 작가 자신이 천착해 온 색면추상 배경의 몽환적인 풍경 속에 아득히 떠오르는 나팔꽃 넝쿨과 꽃봉오리를 받치고 키워낸 숨은 줄기와 이파리들의 풍성한 어울림, 그리고 여타의 풀꽃들이 동시에 등장하는 여유로움, 언제나 꿀을 찾아 맴도는 한 마리의 꿀벌이 피력하는 자연물들 간의 교감이 곧 인간사회의 교류와 폐쇄된 마음을 열어젖히는 긍정과 희망의 은유로 급부상하며,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들의 등장, 해금과 같은 전통 국악기를 켜는 현대 국악인이나 족두리를 쓰고 색동 한복을 입은 여인의 몸을 꽃무더기 속에 존재하게 하는 인물과 자연의 조화를 일궈내기도 하는 원숙함이 돋보이는 시기이다.

    이 시기 그의 캔버스 속 내용과 형식은 모든 것이 여유롭고, 풍요로우며, 활기차고, 생동감이 있다. 적어도 임근재의 화폭에서 그가 그토록 갈망하고 갈구했던 가장 이상적인 구성이믈 너그럽게 드러내는 듯한 이 시기의 작품들은 화가 스스로 만족할만한 경지에 서서 그만의 노래를 더 이상 침묵의 언어로서가 아닌. ’화해의 언어로 상쇄시키는 듯한 감상 포인트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하는 듯 보인다. 이 시기의 나팔꽃들은 더 이상 고통을 내재한 불굴의 피워냄상태도 아니며, 세상 천하를 다 아우르는 육성의 외침을 내뱉는 듯한 활짝 폄의 상태도 아닌 적정수준의 아량겸손을 읽어내게끔 한다. 새롭게 등장한 백합 모양의 나리꽃이나 흐드러진 풀꽃 군상과 비교되는 둥근 잎 나팔꽃 군락의 위상을 자신의 화폭 속에서 유일한 주인공으로 내세워 관람객들로 하여금 그 비율의 안배를 확고히 해 자신 있게 보여주고 있다.(이하 생략)

    - 박은지 (미술평론, 의재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임근재-나의노래.2020.캔버스에유채.116.8x91cm.개인전-양림.20230901-1.jpg
    임근재 <나의 노래>, 2020, 캔버스에 유채, 116.8x91cm
    임근재-나의노래.2022.캔버스에유채.90.9x65.1cm.개인전-양림.20230901-1.jpg
    임근재 <나의 노래>, 2022, 캔버스에 유채, 90.9x65.1cm
    임근재-나의노래.2023.캔버스에유채.90.9x72.7cm.개인전-양림.20230901-1.jpg
    임근재 <나의 노래>, 2023, 캔버스에 유채, 90.9x72.7cm
    임근재-나의노래(무안현경).2023.116.8x91cm.캔버스에유채.162.2x97cm.개인전-양림.20230901-1.jpg
    임근재 <나의 노래>, 2023, 116.8x91cm, 캔버스에 유채, 162.2x97cm
    임근재개인전-나의노래.양림.20230901-1.jpg
    임근재의 양림미술관 개인전에서 근작들
    임근재개인전-나의노래.양림.20230901-2.jpg
    임근재 개인전에서 2000년대 이후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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