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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C 아시아 네트워크전 ‘일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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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3-10-16 13:35 조회8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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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테 알 무다레스.주인을 찾는 앨버락.1993.캔버스에 유채.70x80cm.jpg
    시리아 작가 파테 알 무다레스의 <주인을 찾는 앨버락>, 1993, 캔버스에 유채, 70x80cm

     

     ACC 아시아 네트워크전 일상첨화

    2023.09.07-12.03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지역과 시대를 넘어선 예술세계의 만남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기획한 일상첨화(日常添畵)’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과 중동(레바논, 시리아)이라는 상반된 지역의 작가들에게서 문화적 이질성과 함께 시대사적 공통점과 예술적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는 전시다. 기후환경과 종교, 역사, 생활 습속에서 전혀 다른 그 두 권역이면서 20세기 전반기에 30여 년씩 프랑스와 일본으로부터 식민지시기 근대사의 굴곡을 겪었던 공통된 경험과, 당시 서구미술 유입과정에서 우연찮은 예술적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오지호(1905~1982), 김환기(1913~1974), 임직순(1921~1996), 천경자(1924~2015)는 한국 근현대미술계의 거장이면서 구상과 추상으로 독자적 회화세계를 구축한 분들이다. 출생지나 활동지에서 모두 광주전남 지역과 연고를 맺고 있으면서도 그렇다고 지역색에만 천착했던 것은 아니어서 지역미술의 관점보다는 오히려 한국 근현대미술에서 존재감이 우선되는 분들이기도 하다. 작품세계로만 보아서는 남도와의 지역적 연관성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 분들도 있다.

    오지호는 20대 수업기부터 말년기까지 시기별 작품들을 고루 볼 수 있다. 유럽 인상파 화풍을 따른 유학시기의 <설경>(1926), 그 감각적인 색채와 잔 붓질보다는 굵고 묵직하게 감정을 눌러 칠하며 계절의 색채를 입힌 <무등산록이 보이는 9월 풍경>(1949)<추경>(1953), 드물게도 검은 선들을 써가며 요동치는 포구 풍경을 그린 <목포항>(1966), 현장 감흥 그대로 녹아드는 필촉과 밝은 색채로 하늘도 바다고 생명력 있게 일렁임을 묘사한 <함부르크항>(1977) 등이다.

    임직순의 <무등산의 설경>(1968)<노을>(1969), <무등산의 노을>(1980)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순간의 감정으로 이끌리기보다 이를 내면 깊숙이 비춰 우려낸 주관적 감흥의 화폭들이다. 같은 구상계열이자 호남 서양화풍의 쌍두마차인 오지호와는 다른 임직순만의 독특한 색채감각과 필치는 특히 여인 인물화들에서 더 두드러진다. <정원의 오후>(1972)<가을과 여인>(1974)의 선명한 원색과 중간색조 화음이 그만의 농익은 화폭 내 색채구성과 필법을 보여준다. 같은 듯 다른 오지호와 임직순의 구상회화는 학교 제자들은 물론 지역미술계와 아마추어 화가들에게까지 모본이 되어 오래도록 남도화풍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김환기의 <귀로>(1950년대)는 생선 그릇을 머리에 인 한복 입은 소녀 그림이다. 특유의 푸른색 주조로 격자형 구성과 그에 대비되는 뭉게구름의 도상을 배경 삼으면서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인물묘사가 꽤 구체적이다. 또한 <>(1960년대 초)은 푸른 바다와 해안가 풍경을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단순 추상화시켰는대, 이후 60년대 중반부터 무형의 우주 연작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보여준다. 실제로 1966년 무렵의 비슷한 화면구성인 <무제> 두 점은 캔버스 그림과 종이 드로잉의 차이는 있지만 다 같이 구상적인 요소는 완전 배제한 채 우주의 무한성을 푸른 색조로 함축시켜 놓았다. 다만, 그가 강조한 시 정신과 회화적 노래를 충분히 느끼기에는 전시작품이 너무 빈약하여 아쉽다.

    이번 전시작가 중 유일한 한국화인 천경자의 <그라나다의 도서관장>(1993)은 그의 말년 화풍을 보여준다. 인물을 둘러싼 장식적인 패턴의 열대 화조와 옷 무늬, 분장하듯 진한 인물의 이목구비 묘사 등에서 뚜렷한 윤곽과 진한 채색이 두드러지며 원시적 생명력과 현대문명의 조합을 이뤄내고 있다. 반면에 20대 신예 시절의 <접시꽃>(1947)은 채색을 올리기 전 필선과 먹의 농담, 엷은 담채 정도의 화면처리다. 화면효과를 위한 형태의 재구성이나 짙은 원색들로 가미되는 장식성, 환상적 분위기의 문학적 서정으로 독자적인 화풍을 이뤄내기 전 사실묘사에 충실하던 초기작이다. 함께 전시되는 <꽃과 뱀>은 연필과 담채로 미완 상태이고, <No. 218>은 수없이 이국 여행을 즐기던 작가의 즉흥적인 현장 스케치 중 한점이다.

    한편, 이번 한국 근·현대 화단의 주역들과 대비시켜보는 아랍권 작가들 작품도 흥미롭다. 시리아의 파테 알 무다레스는 대개 60년대 이후의 작품들을 선보이는데, 기독교적인 신앙심을 바탕에 둔 몽롱한 형체의 풍경이나 주관적으로 변형시킨 인물들의 평면적 단순화가 공통된다. 무다레스의 인물화는 <얼굴>(연대미상) 같은 단독상도 있지만 그보다는 화면 가득 군집상들로 채우며 회화적 암시를 풀어내는 상황묘사가 많다. <최후의 만찬>(1963), <종려주일>(1965), <감람산의 여인들>(1990)은 기독교적 서사를 불분명한 형태들로 풀이한 인물화들이다. 또한 <무제>(1981), <사피타>(1988), <주인을 찾는 알보락>(1993)은 어렴풋이 자잘한 인물과 가옥형태를 묘사하고 있지만 전체로는 비현실적 풍경처럼 불분명한 장면들이다.

    레바논의 아민 엘 바차는 같은 문화권인 무다레스에 비해 훨씬 밝은 색채와 경쾌하고 투명한 화면구성을 보인다. 대부분 2000년대 이후 노년기의 작품들이면서 맑고 자유로운 회화세계를 유지하고 있다. <테라스>(2001)<레바논 풍경>(2013)는 도시의 일상에서 접하는 자연풍경을 특별한 왜곡 없이 담담하게 묘사한 생활에세이 같은 수채화다. 이와 달리 그가 즐겨 쓰는 격자형 화면분할인 <사계><오리엔탈 정원>은 같은 2009년 작으로 여러 시공간의 종합을 보여준다. , 다시점의 천지자연과 우주의 시공을 나란히 펼쳐 현실풍경과는 다른 상상세계로 이끌어 가거나, 그런 구성에 일부 자연소재와 함께 장식적인 아라베스크 패턴을 채워놓았다. 또한 <행복한 숲>(2011)<아인 엘 마레이시의 추억으로부터>(2012)는 일상 속 기억과 상상의 단편들을 행복한 추억으로 펼쳐놓거나 기하학적 단순 형상으로 구획지어 구성하였다.

    한국과 중동지역은 자연환경이나 문화 전통으로는 너무나 대조적인 나라들이다. 양 지역의 경제 개발기 산업 건설인력 분야 교류가 있기 이전 근대기에는 사실상 겹쳐볼 만한 부분이 거의 전무했다. 이번 전시에서 근·현대기를 대표하는 작고 작가들 작품으로 양 지역의 문화를 일부나마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외국 유학을 통해 신미술을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회화세계들을 펼쳐내면서 민족적 색채나 지역정서를 우려내기도 하고, 지연이나 시대환경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예술의 무한세계만을 탐닉하기도 했다. 한때의 식민지 경험이라는 역사적 공통지대가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와 일본이라는 지배국의 차이 때문에도 그런 외부 유입 요소에서 닮은꼴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환경도 종교도 문화도 정서도 다른 양 지역인만큼, 각자 독자적 예술세계에 충실했던 작품 그 자체로 비교 감상해야 할 것 같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아민 엘 바차.From Ain EL Mrayseh Memories, 2012.jpg
    레바논 작가 아민 엘 바차의 <Ain EL Mrayseh 기억들로부터>, 2012, 캔버스에 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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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호 <무등산록이 보이는 구월풍경>, 1949 / <추경>, 1953
    임직순, 무등산의 설경, 1968.jpg
    임직순 <무등산의 설경>, 1968, 캔버스에 유채
    아민 엘 바차.일상첨화.ACC6관.20230913-3.jpg
    레바논 작가 아민 엘 바차의 전시작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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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첨화' 중 임직순의 전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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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첨화' 전시구성 중 작가별 음성자료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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