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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경남 청년작가 교류전 ‘오후 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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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세령 작성일24-03-01 17:16 조회4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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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경남 청년작가 교류전 '오후 세시' 전시 일부

     

    전남-경남 청년작가 교류전  오후 세 시

    2024.01.30-3.24 / 전남도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이 전남-경남 청년작가 교류전: 오후 세 시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교류·상생·협력을 키워드 삼아 전남도립미술관과 경남도립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로, 양 도에서 각각 일곱 명의 청년작가를 선정하여 두 지역 미술의 미래세대를 소개한다. 신진작가에서 중견작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인 청년작가들의 회화, 사진, 설치, 영상 등 총 36점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관계가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며, 또한 어떠한 형식으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가에 초점을 두었다. 전시를 위해 만난 열네 명의 작가들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 서로 묻고 답하는 영상을 남겼고, 별도의 전시구성으로써 작가와 관람객이 온라인으로 만나는 연결 공간을 마련하였다. 이는 전시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실천이 하나로 연결되는 방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소통의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전시의 부제인 오후 세 시는 예술가로서 보내온 지난 시간에 대한 존중, 그리고 앞으로 맞이할 시간에 대한 응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 존재의 본질과 자유를 강조한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오후 세 시는 뭔가를 하기에는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시간이다.”라 말했다. 예술가로 수많은 고민과 생각을 안고 보낼 이 시간은, 황금과 같은 저녁 맞이를 위해 무사히 지나 보내야 할 그들의 중요한 시간일 것이다. 오후 세 시가 지난 네 시를 위해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그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이 전시의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 앞서보아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비슷한 듯 서로 다른 두 지역이 만난 지점을 이해한다. 서해와 남해를 아우르는 전남 그리고, 남해와 서부의 힘찬 산악지대를 낀 경남이 만났다. 많은 섬과 드넓은 바다를 끼고 있어 황혼이 짙고 깊은 두 곳이다. 두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관이 만나 교류 협력 전시 개최를 약속하였고. 1월부터 3월까지 전남도립미술관에서, 4월부터 6월까지 경남도립미술관의 순회전시로 이어진다.

    둘째, 전시에 참여한 열네 명 작가의 시간을 이해하고 그들의 다각적 작품세계를 공유한다. 여기서 작가의 시간은 개인이 가진 구체적인 경험 혹은 사회적 사건 등이 지닌 고유한 서사와 더불어 다가올 미래를 횡단하는 여러 시간을 가리킨다. 이들의 시간에는 나고 자란 마을에서 벌어진 기억에 대한 감각이 있고,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오는 불안을 공유하고자 하는 감정이 있으며, 어떤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도 통해 있다. 복잡하고 다난한 시간을 마주하는 각자의 다른 방식들을 함께 살펴보고자 하였다.

    셋째, 작가와 관람객이 소통하는 연결 공간을 활용하였다. 전시장 밖으로 나오면 보이는 작은 참여공간이 있다. 한편에는 전시의 출품작 외에 그간 작가가 해온 다른 작업을 모아놓은 자료를 함께 감상할 수 있고, 다른 한편에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 질문을 남길 수 있다. 그 질문은 작가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되어 온라인 공간에서 그에 대한 답변을 받아볼 수 있다. 나와 다른 사람의 질문들이 모여 새로운 연결의 장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참여해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감성빈 김설아 김원정 노순천 박인혁 설 박 윤준영 이정희 정나영 정형준 조형택 최승준 하용주 한혜림 등 14명의 작가가 초대되었다)

    김설아<눈물, 그 건조한 풍경>은 작가가 인도의 사막도시 바로다에서 지내던 시절에 사라지는 것들을 관찰하며 건조한 사막에서 흐르는 눈물을 표현한 작품이다. 황폐해진 땅 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의 이미지를 복원하여 사라진 고향에 대한 기억을 여러 층위의 감각으로 불러들인다. 수많은 전선을 엉키어 제작된 <목숨 소리> 설치작품은 모래를 통해 밀려난 연약하고 작은 존재들이 다시 돌아와 목격되기를 바라며 거대하게 응축된 형상을 담아낸다. 이는 파괴된 고향 마을에서 목격한 기형의 존재들과 죽음의 양상들이 겹쳐진 풍경을 이미지화하고 있다.

    설박<자연의 형태 Shapes of nature>는 자연을 좀 더 함축적이고 추상적으로 바라본 작가의 시선을 담은 연작이다. 그간 작업해 온 수묵산수 작품의 재현성과 형식의 한계에 대한 고민 과정 중에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추상 작품으로,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이입시켜 먹을 흡수하고 뱉어내는 발묵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또한 진한 농묵이 주를 이루는 <세 개의 웅덩이>는 작업 변화의 단초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멀리서 자연을 관조하던 시선이 숲속의 연속된 웅덩이를 마주하고 나서부터 더욱 깊고 어두운 곳으로 작가의 시선이 옮겨졌음을 드러낸다.

    윤준영<believer> 연작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믿음에 관한 작업이다. 작가는 무력감에 빠져 한동안 작품에 집중하지 못했던 시기에 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고, 답이 없는 질문이 계속되던 중에서도 자신도 모르게 빠른 세상에 적응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어 믿음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이어갔다. 집의 형상에 자신을 비유하고 강한 바위를 믿음이라는 감정으로 보아, 반석 위에 지은 집과 같이 단단하게 살아갈 다짐을 담아내었다.

    정나영<Folding x Doors>는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을 선택하여 피부를 닮은 문이라는 시각적 은유를 활용한다. 공중에 매달린 조각은 세계 각지의 문화 그리고 그 너머 사람들과 나눈 관계의 기억을 하나하나 피부에 새기듯 표현한 세라믹 모듈이다. 접힌 각각의 모듈은 붉은 실로 꿰매어 만들어졌는데 이는 자신의 신체와는 분열되어 있지만, 관계로써 연결된 땅의 지도를 암시한다. <Wake Up(일어나!)>깨어나는 자각에 대한 상징적 표현을 담고 있다. 잠자고 있는 자신의 신체 틀을 주변의 다른 인물들이 망치로 깨는 관객참여형 작품으로, 창작의 고통과 즐거움 그리고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조현택<집과 벽>은 전남지역을 시작으로 광주, 순천, 중국까지 거주민이 떠나고 버려진 집에 들어가 찍은 100여 곳의 집을 촬영한 <빈방>(2014~2017) 사진 연작 중 일부다. 사라져버린 주소와 사진으로만 남아 있는 함평군 월야면 외치리 213-1’. 당시 낡은 대문이 있던 자리의 방 안에는 주인이 남겨 놓은 작은 메모가 있었고, 작가는 그 방에 살았을 그를 위해 벽에 메모 속 글을 새겨 넣었다. 후에 다시 찾았을 때는 그 집은 이미 부서진 상태였고 자신이 새긴 메모가 담긴 벽의 잔해를 작품으로 남긴다. 족자로 연결된 중국 베이징의 집들 또한 당시 철거 예정이었던 곳으로, 떠난 사람이 남겨 놓은 시간과 흔적들을 진중한 시선으로 훑어 내려간다.

    - 김세령(전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의 전시 서문에서 발췌 요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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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설아 <눈물, 그 건조한 풍경>, <목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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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박 <자연의 형태>, <세 개의 웅덩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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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준영 <Believer> 연작, 2023~24, 2합장지에 먹, 채색. 각 193.9x130.3cm
    정나영.Wake Up!.2024.채집조합된흙,석고.74x180x65cm.jpg
    관람객 참여형인 정나영의 <Wake Up!>, 2024, 채집 조합된 흙, 석고, 74x180x65cm
    조현택.전남도립-전남경남청년작가교류전.20240217-1.jpg
    조현택의 <집과 벽>, <빈방> 등
    김원정.열의한술,산.2024.밥상,그릇에심어진야생화.jpg
    김원정 <열의 한 술, 산>, 2024, 밥상, 그릇에 심어진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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