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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제길; 빛 사이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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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서우 작성일24-03-21 12:51 조회3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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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제길 <Light2024-12A>, 2024, 캔버스에 아크릴, 100.3x100.3cm

     

    우제길사이

    2024.03.05-05.12 / 전남도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은 2024 원로작가 초대전 우제길: 빛 사이 색을 개최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화가 우제길(1942~)60여 년간 을 주제로 한 기하학적 추상작업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하였다. 그는 끊임없는 창작욕구와 새로움에 대한 갈망으로 의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였다. 모노톤 배경에 칼날처럼 날카로운 직선으로 빛을 구현한 초기작부터 색띠를 이용한 콜라주 작업, 다채로운 색채미가 돋보이는 최근 작업까지 그의 변주는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실험적인 시도가 낳은 방대하고 다양한 작업을 정리하고 그의 독창적인 회화세계를 조명하고자 기획되었다.

    전시는 시대별 작업의 변화에 따라 총 5부로 구성된다. 1기하학적 추상의 시작196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그의 초기작을 통해 을 주제로 한 추상이 탄생하기 전, 그의 과도기적 작품을 살펴본다. 2어둠에서 찾은 빛에서는 절단된 면의 틈 사이로 솟아나는 빛 작품들과 어두운 배경에 작가 특유의 직선이 강조된 대작들을 소개한다. 3새로운 조형의 빛으로1990년대 중반 이후 수평적 구조에서 산형, 첨탑형 등의 구도 변화와 밝은 색채가 등장하며 새로운 조형의 확장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4색채의 빛은 한국 고유의 색에서 착안한 원색의 빛을 콜라주와 테이핑 등 다양한 실험적 방식으로 구현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5지지 않는 빛은 평생 빛을 쫓아온 우제길 작가의 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보다 화려해진 색채와 밀도 있는 선과 면의 변주가 식지 않는 그의 작업 열의를 대변한다. (중략)

    1; 기하학적 추상의 시작

    전남 광양과 광주에서 유년기를 보낸 우제길은 광주 서중을 거쳐 광주사범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 그곳 에서 한국 앵포르멜(Informel) 대표작가 양수아를 스승으로 만나 추상미술의 싹을 틔운다. 1부에서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기하학적 추상이 시작된 그의 초기작으로 구성하였다. 스승 양수아의 영향으로 즉흥적인 선과 색의 사용이 강조된 앵포르멜 경향의 작품 <My heart>(1960)는 기하학적 추상화가 탄생하기 전 그가 가졌던 추상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그의 작업은 기하학적 추상의 근원이 되는 작품 <Abstraction of Red Stripes> (1967)을 기준으로 앵포르멜 경향의 작업에서 기하학적 추상 작업으로 변화한다.

    그는 1969년 호남 지역 추상미술의 거점 역할을 한 에뽀끄(Epoque)에 입회하며 끊임없는 변화를 위해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 나간다. 그 노력에 대한 보상과도 같이 그는 1972년 제8회 전라남도 미술전람회에서 <Rhythm 72-3H>(1972)로 추상화가 최초로 우수상을 수상하는데 이는 구상 회화가 대표되던 남도 화단에 큰 화제가 되었다. 연이어 1976년 한국미술대상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 화가로 입지를 굳힌다.

    2: 어둠에서 찾은 빛

    우제길은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검은색을 바탕으로 작업해 나갔다. 어둠은 그의 빛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가장 완벽한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그의 작업은 어둠을 배경으로 특유의 직선이 강조된 작품이 등장한다. 금속의 예리한 칼날이 연상되는 그의 빛줄기는 어둠을 가로지르는 빛이 직선으로 교차한다. 이 시기 그는 작가노트에서 말하듯 태고(太古)의 빛깔을 찾기 위해 어두운 우주 속 섬광과도 같은 빛을 흑과 백의 대비로 극대화하여 표현한다. 그의 작업은 제작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1970년대까지 물감을 손과 손바닥으로 여러 차례 문질러 빛의 변화를 그라데이션(gradation)으로 표현했던 그는 1980년대 들어 비로소 도구를 사용하며 빛의 반사를 보다 세밀하게 구현한다.

    3: 새로운 조형의 빛으로

    우제길은 199230여 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본격적인 전업작가로 활동하며 인생의 제 2막을 시작한다. 그는 1990년대 중반에 들어 빛을 2차원적으로 표현하는 평면회화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수평적 구조에서 산형, 첨탑형 등 수직적 구조로 조형의 변화를 시도한다. 색채 역시 기존의 검정에 가까운 어두운 색에서 녹색, 붉은색, 황색 등 채도가 낮은 원색의 사용이 두드러지며 새로운 색채의 확장을 이룬다. 이전의 빛이 순간적으로 스치는 섬광과 같은 빛이 었다면 이 시기 그의 빛은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그간의 혼돈과 어둠으로부터 움터 나오는 희망의 상징으로 보인다. 색채의 표현기법에서도 밝은 부분부터 어두운 부분까지 색의 명암이 강조되는 그라데이션(gradation) 기법으로 조형의 입체감이 극대화된다.

    4: 색채의 빛

    2000년대 이후 우제길의 은 다양한 원색으로 발현된다. 단청과 색동저고리 등 한국 고유의 색에서 착안한 그의 은 한국적 미감을 담아낸다. 오방색 한지를 이용한 콜라주 작품을 비롯하여 색띠의 화려한 배열이 돋보이는 작업은 그동안 내재되어 있던 빛의 색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듯하다. 그는 면을 분할할 때 경계에 색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마스킹 테이프를 붙인 뒤 떼어내는데 작가는 이때 사용한 테이프와 한지를 꼴라주하여 수직으로 뻗어나가는 거대한 빛무리를 만든다. 양면에 각기 다른 색을 입은 테이프가 하나의 선이 되어 영롱한 빛줄기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반복적인 색띠 작업은 빛의 속도감까지 담아내는데, 이는 빛의 단면을 묘사한 과거의 작업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현란한 색의 배치는 자칫 무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계산된 색의 배열은 균형감을 지니고 있다. 가는 선과 작은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 화면은 하나의 단위로는 미약할지 모르나 전체적으로 생생한 빛의 효과를 구현한다.

    5: 지지 않는 빛

    평생 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천착해온 우제길은 지난 60여 년간 빛을 다양한 실험적 방식으로 표현해왔다. 마지막 5부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빛을 쫓아가고 있는 작가의 근작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그의 작업은 2020년대 들어 풍부해진 색채 표현과 함께 평면성이 강조된다. 평면의 확장에 따라 색이 비중이 커지면서 색채의 힘은 보다 강렬해졌다. 겹겹이 쌓아 올린 직사각형의 색면은 다양한 각도로 교차되며 실제로 색이 중첩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기존의 그라데이션 기법이 조형의 입체감을 주었다면 균일한 톤으로 가득 채워진 면의 중첩은 원근감과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2024년 신작은 근래의 다른 작품들보다 선과 면의 복합적인 사용과 색의 세밀한 분할이 도드라지며 우제길의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보여준다.

    - 한서우 (전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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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제길 <Abstraction of red stripes>, 1967, 캔버스에 유채, 117x91.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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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제길 <Rhytm71-3A>, 1971, 캔버스에 유채, 145.5x145.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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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제길 <Work 96-10B>, 1996, 캔버스에 유채, 248.5x33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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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제길 <Light 2018A> 연작, 2018, 패널에 테이프, 244x122.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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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제길 <Light 2022> 연작, 2022, 캔버스에 아크릴, 162x130.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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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도립미술관 우제길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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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도립미술관 우제길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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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도립미술관 우제길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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