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필묵으로 노니는 유희 화경 ; 김대원 ‘시간의 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5-05-07 12:55 조회682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김대원 <필선의 춤>, 2024, 한지에 수묵담채, 69x69cm 전시리뷰 ; 필묵으로 노니는 유희 화경; 김대원 ‘시간의 결’ 2025.03.03-04.22 / 수하갤러리 사시사철 시시때때로 생멸 순환 변화하는 산수 자연은 화가에게는 늘 경이로운 시감각적 유혹이다. 눈앞 실경의 형사(形似)에 매이지 않고 내적 기운을 교감해 우려내거나 아예 형상을 털고 자유롭게 필묵의 흥취로 노닐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현존 실체인 형상이나 전통과 정형, 관념과 법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들을 자주 볼 수 있고, 이런 경우 대개는 예술적 자유를 찾아 일탈을 감행하는 경우 비정형 회화 유형을 택하는 경우들이 많다. 지암 김대원 교수의 개인전 ‘시간의 결; 1997~2024’는 지난해 열었던 ‘산수화전; 1980년대 초~90년대 중반’의 후속전이면서 확실히 그때 전시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단지 시기의 구분이 아닌 회화적 소재나 표현형식 자체가 판이하게 달라진 걸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이전에는 ‘산수’ 화제 안에서 전통회화의 현대적 모색에 집중했었다. 이를테면 청년기에는 전수받은 호남 전통회화를 바탕으로 수묵담채 산수를 주로 하면서 이를 실경과 현대감각으로 풀어내는 쪽에 힘을 쏟았다. 그러면서도 회화세계의 확장을 위해 일부터 화풍이 다른 선배작가나 채색화가를 찾아 다니며 회화세계의 확장을 탐구했다. 특히 1990년대 들어 중국 대륙의 장대한 산수나 장백산 등을 여행하고 사생하면서 이전의 수묵 세필 남도산수 위주 사생 때보다는 자연을 대하는 시야나 필묵의 운용이 눈에 띄게 장중해지고 활달해졌다. 대하는 경물이나 이를 화필로 풀어내는 방식에서 이전 전통화법의 틀을 벗고 자유롭고 대범한 운필 채색들로 산천경계의 생동하는 기운을 담아내는 쪽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몸에 밴 ‘습(習)’을 털어내면서도 자칫 법식의 일탈이 공허롭지 않도록 민족문화를 재해석해서 옛 설화나 상징적 도상을 풀어 결합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하였다. 김대원 교수의 이번 ‘시간의 결’ 전시 작품들은 그런 변화 탐구의 여정을 염두에 두고 들여다봐야 한다. 대부분 산수 형상이 투영되지 않은 비정형의 화폭들인데, 그것이 화필의 자유를 앞세운 일순간의 무작위적 붓놀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통과 현대적 예술 담론의 틈 속에 끼어 숱한 밤을 방황해야만 했던” 창작의 고뇌를 지천명을 앞두고 적극적인 도전과 일탈로 풀어헤치게 된 것이다. 산수 자연의 관념과 외적 형상들은 털어내고 온전히 필묵의 유희 상태로 내면과 심상에 몰입한 작업들이다. 무엇에고 얽매임 없이 자유로운 붓놀림과 과감히 풀어올리는 먹과 채색들로 일격(逸格)의 기운을 화폭 가득 채워 낸 작업들은 필선의 흔적조차 녹여버린 비정형의 추상화면들이다. <부숴버려야 할 번민>(2013), <찬란한 꿈>(2019), <선과 면을 위한 멜로디>(2020), <유희>(2022), <파아란 생명력>(2023), <필선의 춤>(2024) 등은 운필 행위의 의식조차 벗어버린 그야말로 ‘해의반박(解衣槃礴)’으로 화법과 정신의 자유로움 흔적들이다. 물론 전시 공간에 맞춰 소품들로 구성하다 보니 그 기운을 충만하게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필묵을 운용하는 화가의 마음 상태만큼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나 1990년대 후반부터인 이 시기에는 필선 묘법을 살려 기운생동하는 화폭들도 많은데, 이번 전시에서는 아예 그런 한국화의 기본 요소마저 벗어버린, 먹과 색을 흘리고 번지고 스쳐 칠하는 식의 추상화면들 위주로 구성하였다. 한때 미술 입문기에 서양화법을 익혔던 경험과 더불어 회화세계의 무한 확장을 꾀하는 ‘화의’(畵意)에 충실한 동‧서양 현대회화의 융합인 셈이다. “불완전한 순간 속에서도 균형을 찾으려는 여정”이자 “내면의 울림”을 따르면서 “창작의 기쁨과 자유로운 표현의 흐름을 탐구하며, 예술이 가진 본질적 흐름과 자유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탐구”한 회화세계이다. 최근 건강 문제로 충분히 몰입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자기치유의 한 방편이기도 한 화업으로 기운을 돋우어 한껏 더 자유롭게 노니는 화경의 세계를 즐길 수 있기를 기도한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퍼블릭아트] 5월호 게재 글 김대원 <순간의 결>, 2024, 한지에 수묵담채, 69x69cm 김대원 <파아란 생명력>, 2023, 한지에 수묵담채, 69x59cm 김대원 <표리의 농염>, 2017, 한지에 과슈, 100x82cm 김대원 <감싸안을 삶>, 2014, 한지에 아크릴, 과슈, 72.5x91cm 김대원 <부셔버려야할 번민>, 2013, 한지에 아크릴, 과슈, 72.5x91cm 김대원 <숨겨진 진실>, 2012, 캔버스에 과슈, 90x74cm 김대원 개인전 '시간의 결' 부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