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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남도 수묵의 뿌리로부터 현재와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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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5-10-22 12:18 조회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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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문명의 이웃들' 전시 중 목포실내채육관

     

    2025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남도 수묵의 뿌리로부터 현재와 세계로

    해남 녹우당, 진도 운림산방, 목포 연결, 10.31 전시종료

    올해로 네 번째인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전라남도가 주최하고 전남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수묵비엔날레는 문명의 이웃들을 주제로 20개국 83()의 작가가 참여하여 전통 수묵화와 현대미술, 지역과 문화권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830일부터 1031일까지 해남, 진도, 목포를 연결해서 남도 수묵의 화맥을 현재와 세계 속으로 연결하는 동서고금의 작품들을 펼쳐 놓았다.

    국제전의 경험이 풍부한 윤재갑 총감독이 연출해낸 이번 수묵비엔날레는 예년과 다른 몇 가지 기획의 특징들이 행사를 돋보인다. 먼저 장소성의 연결이다. 목포와 진도 중심으로 꾸려왔던 이전과 달리 해남 녹우당 일원을 새로 넣었다. 조선말 소치 허련(1808~1893) 이래 진도의 허씨 일가를 전통 화맥의 종주로 봤던 것에서 조선 중기 해남의 공재 윤두서(1668~1715)까지 뿌리찾기 기점을 150여 년 더 올린 것이다.

    박학다식 인문학자인 공재는 남종화의 수용은 물론 현실 소재의 사실화와 풍속화 등에서 시대정신이 앞섰던 분이다. 공재가 길을 터준 덕분에 이후 18세기 진경산수나 풍속화 등 민족 주체미술이 흥성하게 되고, 몇 세대 뒤에 소치 일가의 호남 남화가 꽃피울 수 있었다. 따라서 고산유물관의 공재 여러 화적과 녹우당의 유적, 환경들을 전남수묵비엔날레의 주 전시장소이자 뿌리로 포함한 것은 미술사 맥락을 바로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공재의 <자화상>과 겸재의 <인왕제색도>를 별실에 마주 보게 배치한 것도 이런 기획의 관점을 드러낸 구성이라 하겠다. 다만, 큰 행사인 만큼 <자화상> <세마도> 외에 공재의 진본 작품들을 여러 점 보여줬더라면 전시가 더 알찼을 것이다.

    두 번째는, ‘서화동원론의 관점에서 서예를 수묵의 영역에서 함께 다룬 점이다. 진도 소전미술관을 전시장소로 처음 이용하면서, 추사로부터 현대 서예에 이르는 서맥을 일목요연하게 펼쳐 놓았다. 화가들이 서법과 필력을 소홀히 할 수 없듯, 서예가들도 각자의 독창적인 서체와 운필의 묘를 정립하면서 문인화를 겸한 예들을 실제 전시로 보여주어 흥미롭다. 추사는 물론, 흥선대원군이나 서병오, 손재형, 이돈흥, 전종주 등의 서화 작품들을 수묵의 관점에서 함께 살펴보는 전시구성이다. 작가 초대는 한정될 수밖에 없지만, 서화 병행 작가들의 작품을 좀 더 폭넓게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세 번째, 전시장소를 간결하게 집중시켰다. 예전에는 목포나 진도의 여러 작은 공간들로 흩어져 있어 곳곳을 찾아다니게 하는 지역탐방 관광 유도 기대치와 달리 산발적이었다. 이번에는 목포의 경우 주 장소인 목포문화예술회관 외에 처음 이용한 실내체육관만을 두어 방문객들에게 전시장소를 명확하게 인지하게 했다. 진도나 해남의 경우도 똑같이 두 군데씩을 배치해서 해남-진도-목포의 지역 장소성 기획맥락을 균등하게 제시한 것이다. 특히, 목포실내체육관은 공간 넓이와 층고에서 훨씬 과감하고 적극적인 공간연출을 가능하게 해서 비로소 비엔날레다운 대작과 설치작품들을 볼 수 있게 됐다.

    네 번째, 작가별 전시공간을 예전보다 넓게 할애해서 그 작가의 작품세계를 고루 접할 수 있게 했다. 작가 수는 줄이고 개별공간을 넓히다 보니 작가마다 여러 점을 내걸거나 야심찬 대작, 또는 규모 있는 설치작품을 가능하게 했다. 그만큼 예전에 비해 대작의 비율이 높아졌고, 전시 기획의 관점이나 공간연출의 묘를 훨씬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초대된 작가들의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는 비엔날레 전시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이끌고 있다. 작가마다 차이야 있지만 비엔날레 전시에 맞게 욕심을 내어 의욕적인 신작을 보여줬으면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전반적으로 기획 의도의 명확성, 장소와 공간의 의미 있는 접근, 전시의 집중력과 안정감이 돋보인다. 이와 함께 대부분 행사 현장의 운영요원이나 관계자들의 활기와 친절함도 예전과는 다르다. 행사의 알찬 마무리와 함께 장단점들을 잘 짚어서 더 성장하는 비엔날레, ‘K-콘텐츠의 차세대 주역이 되기를 응원한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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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 땅끝순례문학관의 Laurent Grasso <과거에 대한 고찰>, 캔버스에 유채, 200x400cm, 전남도립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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