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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된 욕망' - 신창운 인도 귀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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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0-02-22 19:51 조회8,6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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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초부터 올해 1월까지 2년 동안 인도에 머물다 돌아온 신창운의 귀국인사 형식의 개인전이 광주(2010.2.20-3.7, 금호갤러리)와 서울(4.7-4.13, 갤러리 라이트), 부산(4.15-4.24, 갤러리 이듬)을 잇는 순회전 형식으로 열리고 있다.

    그는 인도행 이전에도 늘 현실사회와 삶의 풍경에 관한 주제설정과 부단히 변화하는 표현형식과 매체개발로 의식 있는 청년작가이자 정신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작업들을 펼쳐 왔기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늘 관심과 기대의 대상이었다. 그러던 중 전남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 박사과정 연구논문 준비가 계기가 되어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 지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인도 국립현대미술관의 1년 인턴쉽 과정으로 홀연 떠났었고, 그 뒤 현지에서 인연이 더 연결되어 국립 갈히 창작스튜디오에 1년 동안 입주작가로 활동하다 이번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 왔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2009년 인도에서 가졌던 개인전을 비롯, 현지에서 제작한 작품들인데, 한국에 돌아온 뒤 좀더 가감을 하고, 괜찮은 작품을 차분히 골라볼 시간적 여유도 없이 전시 일정이 잡혀 돌아오자마자 바로 전시회를 갖게 되었다 한다. 2월 20일에 있었던 전시개막에 그의 인도생활을 궁금해 하던 많은 동료 지인들과 가족들이 전시장을 찾아 그의 귀국을 환영하고 전시를 축하해 줬는데, 아내와 아이들까지 동행했던 인도에서의 작품활동의 일부라도 우선 소개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그의 작품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봐왔던 광주시립미술관 한창윤 전시운영과장의 이번 전시에 붙인 전시서문 글을 소개한다.

              



    “신이 된 욕망” 인도를 담다


    한 창 윤 (광주시립미술관 전시운영과장, 학예연구관)



    신창운 작가와의 인연은 그가 광주시립미술관 팔각정 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할 때부터였다. 돌이켜 보면 그만큼 완전하고 충실하게 스튜디오에서 머물며 창작에 몰두했던 작가도 드물었다. 그 시절 그는 총기어린 눈으로 항상 그 자리에서 꼼꼼하게 자신의 그림에 대한 철학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의 작품에서 작가가 바라보는 사회의 진실성과 함께 그가 추구하는 미학적 사고의 틀을 느낄 수 있었다. 일관된 그의 작품 세계는 때로는 엄격하기도 하고 틀에 얽매인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그와는 몇 차례의 전시기획을 통해 만날 수 있었는데 그는 내가 본 어느 작가보다도 전시주제에 대한 해석력이 뛰어났고 통찰력이 있었다.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 같이한 전시는 2007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국제송장예술축제에서 한국관을 기획할 때였다. 그때 작가는 <내 땅에서>라는 주제로 강대국의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룬 정형화된 방식의 세밀한 작업을 한지에 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의 그림을 보며 느낀 것은 과도하리만큼 집착한 주제의식과 정형성이었다. 좀 더 자유로운 상상력과 공간해석이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와 난 그 점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고 서로의 의견을 경청했다. 그런 후 그가 얼마 후 인도행 소식을 전해왔고 난 사실 알 수 없는 기대감을 가졌다. 현재의 작가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정점을 찾아가는 느낌 때문이었다. 인도는 분명 그에게 많은 철학적 사상과 함께 자유롭고 풍부한 이미지로 그의 경직성을 풀어 줄 수 있는 돌파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난 과연 ‘그가 많은 것을 이루고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등의 의구심은 갖지 않았다. 그라면 분명 갠지스강과 인더스강의 풀기 힘든 해법도 다 풀어헤치고 돌아올 만큼 열정이 있었고 성실함이 있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가 돌아온다니 무엇보다 광주에 실려 올 또 하나의 훈풍이 기대되었다. 미술계 선후배로부터 남다른 귀감이 되었던 작가의 신망과 인도에서의 경험은 분명 적지 않은 변화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의 인도에서의 작업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전통적 인도의 신인 락슈미(Rakshmie), 가네샤(Ganesha), 사라스와띠(Saraswati), 크리슈나(Krishna) 등 인도인의 정신적인 성역을 현실사회로 불러들여 인도의 정취를 함께 담은 작품들과 둘째, 그가 끊임없이 모색해온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 중에서 성욕, 물욕 등의 사회적 문제를 은유적인 도상들로 충실히 담아낸 작품이다. 셋째는 추상적인 형태의 작품들로 전통적인 권력과 인간의 욕망과의 관계를 연결하는 사의적인 작품이다. 모두 그가 그동안 일관되게 추구해온 형태의 작품들이다. 단지 변한 것이 있다면 우리의 현실에서 벗어나 그가 머물렀던 인도의 사상과 문화를 좀 더 깊이 성찰하며 담아낸 담론이고, 구성과 형식면에 있어서 훨씬 자유롭고 풍부해진 표현기법이다. 작품은 정연해졌으며 은유적이고 간결하게 시사성을 내포하고 있다.


    신창운의 이번 전시의 주제인 “신이 된 욕망”은 큰 틀에서 보면 작가가 인도에서 거주하며 바라본 문화와 사회상 중에서 인간의 욕망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해석하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철학자 홉스(Hobbes Thomas) 는인간의 근본적인 심리적 동인(動因)은 쾌락에 대한 욕망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선(善)을 ‘욕망의 모든 대상’이라고 정의하며 쾌락에의 욕망을 인간 본성의 변함없는 사실로 인정하고 그 위에 윤리적, 정치적 체계를 수립하려 했다.

    “계학이만 인심난만(谿壑易滿 人心難滿), 즉 골짜기는 채우기 쉬워도 사람의 마음은 채우기 어렵다”는 말로 채근담은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직한 사람은 자기의 욕망을 지배하고 정직하지 않은 사람은 욕망에 지배당한다고 했다.


    폭넓은 의미에서 예술은 인간의 감정 소통에 기인한다. 다양한 예술의 형태는 결코 아름다움과 개인의 심적 표출 같은 단순한 만족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런 시점에서 신창운의 작품은 끊임없이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영역을 내재하고 있다. 사적인 부분보다는 공공성에 포함되는 시대반영과 같은 사회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은 그의 작품을 통해 예술가의 역할과 국가와 개개인과의 사회적 문제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신창운의 작품에는 현 시대를 직시하고 바라보는 순수성과 같은 생명성이 있다. 그것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정직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이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가능성을 그는 폭넓게 반영하며, 시대성을 고려한 고유한 시각과 무한함의 여지를 가지고 다양한 실험과 창조를 거듭하고 있다.


    무굴제국의 건축양식인 붉은 성(Lal Quila)에는 남근형태의 거대한 창 너머로 거친 혼돈의 구름이 보인다. 성 아래 부분에는 여성을 상징하는 커튼이 보이고 권력과 욕망의 여정을 상징하는 기하학적 체스판 형태의 상징적인 길이 보인다. 이 길은 현실의 길이 아닌 게임의 불확실성처럼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또한, 은빛 동전이 절단되어 쌓인 느낌 등의 작품은 조각난 인간의 운명과 욕구로 물욕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남는 것은 육체적인 고통과 허무함이다. 이렇듯 작가는 곳곳에서 발견되는 음울한 초현실주의 느낌들을 통해 욕망에 대한 덧없음을 표현하려 하고 있다.


    권력의 상징인 붉은 성, 아쇼카왕 석주, 피라미드, 성욕을 상징하는 시바링가(Shiva Linga)와 여성을 상징화한 커튼과 조개형태의 도상, 구름 속에 숨어있는 거대한 욕망과 비키니 차림의 웃는 여성은 우리에게 묘한 유혹의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 그리고 밀집되어 헝클어지고 뒤범벅이 된 엉켜진 꿈틀거리는 많은 선의 집합체는 수많은 인간상의 욕망처럼 끝이 없어 보인다. 그것들은 대지에서 자라나 하늘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러한 현실에서도 맑고 청아한 순결한 꽃이 피어나는 현실을 기대하고 있다. 신과 교화하는 인간의 세상, 그것은 알 수 없는 정적처럼 느껴진다. 불가사의한 인간의 삶과 모순은 항상 신에게 기원하는 존재 속에 머물며, 그것들은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속 주인공 블랑쉬처럼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음을 작가는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법정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 글 중에 이런 문구가 있다. “필요에 따라 살되 욕망에 따라 살지는 말아야한다. 욕망은 분수 밖의 바람이고, 필요는 생활의 기본 조건이다. 하나가 필요한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당초의 그 하나마저도 잃게 된다.” 인간의 욕망이 부를 화(禍)에 대해 잘 표현한 글이다. 작가는 인도인의 범신론적 세속주의(Secularism)사상과 철학을 통해 그러한 문제점을 전달해 주고 있다.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구도자의 길을 연상시킨다. 하나의 수를 놓는 것처럼 담담히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구상을 담아나간다.


    신창운 그는 이 시대 진정한 예술가의 길을 알고 있다. 그가 떠나 있는 동안 우리의 현실과 주변 환경, 시민의식은 많이 변했다. 그가 이런 새로운 환경에 대해 어떠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할지 궁금하다. 역사나 사회변화는 항상 시대의 큰 흐름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작가의 미적의식과 표현은 진정한 의미에 역사의 기록이며 평가이다. 앞으로도 거침없을 그의 예술표현이 더욱 기대되고 궁금한 이유이다.


    * 신창운 : 010-9338-2606
                   
    artshinc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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