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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 기억과 환생 - 신경호 임옥상 2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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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5-24 20:58 조회8,4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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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 기억과 환생 - 신경호ㆍ임옥상 2인전


    30+1, 5ㆍ18광주민중항쟁이 30년 하고도 다시 1년이 되었다. 이 오월의 한 복판을 관통하는 특별한 전시가 오월문화행사 금남로 뒷길에서 열리고 있다. 80년대 전반 이른바 민중미술이라 일컫는 현실참여미술의 선두에 섰던 ‘현실과 발언’의 동인- 전남대 신경호 교수와 임옥상 작가의 2인전이다. ‘5월, 기억과 환생’이라는 이름으로 갤러리Zoo에서 5월 12일부터 7월 12일까지 두 달여간 계속되고 있다.


    ‘현실과 발언’은 “미술이란 진실로 어떤 의미를 가지며, 또 미술가에게 주어진 사명은 과연 어떤 것인가?… 미술의 참되고 적극적인 기능을 회복하고 참신하고도 굳건한 조형이념을 형성하기 위한 공동의 의식의 심화와 연대감을 조성함으로써… 현실인식의 각도와 비판의식의 심화, 자기에 뿌리 내리고 있는 현실의 통찰로부터 이웃의 현실, 시대적 현실, 장소적 현실과의 관계, 소외된 인간의 회복” 등을 위해 “발언방식의 창의성, 기존 표현 및 수용방식의 비판적 극복, 현실과 발언과의 적합성과 상호작용” 등에 관한 공동적 이념의 형성으로 발전을 추구하며 결성되었다(1979년 12월 발기인 명의 선언문 발표). 이들은 1980년 10월 ‘미술을 통해 현실에 발언하고자’ 동숭동 미술회관에서 첫 창립전을 개최하려 하였으나 광주 5월을 짓누르고 권좌를 차지한 군사정권 당국의 전시 불가 제재를 받자 촛불을 켜고 전시를 열었고, 이후 1990년 공식해체되기 전, 특히 80년대 중반까지 시대상황에 대해 미술로 발언하던 참여미술운동의 주체였다.


    이 현발의 동인 두 작가가 30여년 만에 다시 전시로 만나 광주 오월의 복판에서 여전히 날선 비판적 풍자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그동안 사회운동 일선에서 집단적으로 저항과 비판을 쏟아내었던 참여미술 작가들이 개별 활동들로 행동방식을 바꾸고, 선전성 보다는 서정성을, 정치사회적 구호보다는 일상 삶 속의 리얼리티를 담아내는 작업들로 전환한지 꽤 오래된 시점에서 여전히 굵고 묵직한 시대풍자를 펼쳐내고 있는 이번 두 작가의 전시회는 오월의 울림을 한층 돋우어주고 있는 셈이다.


    부지불식간 육신을 빼앗긴 혼령이 다시 제집으로 돌아올 접신의 통로로서 대나무 빨간 깃발, 금새 부서질 듯 형해만이 앙상한 채 도마 위 칼날 아래 누운 생선뼈, 세상 기운에 절로 오른쪽으로 구부러져 누운 대나무, 기념패처럼 당당히 쇠파이프 받침 위에 올라앉은 그을은 화염병, 속절없이 높은 절벽 끝에 올라선 마른 나무토막 인물 등등.. 신경호 작가의 작품은 써늘한 비유와 상징과 함축, 분노와 비판들로 독을 품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임옥상 작가는 워싱턴 D.C의 워싱턴기념비로부터 흘러내린 시커먼 폐유가 세상을 비추며 흥건히 채워져 있거나, 붉은 녹이 잔뜩 슨 가마솥이 ‘이승이 저승이다’ ‘도무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같은 말들로 커팅된 무쇠 글씨들의 기둥 위에 올려져 있고, 세상 만인의 얼굴들로 가득한 화면바탕에 자궁 태아가 훤히 들여다보이게 생선뼈만 앙상하게 드러내놓기도 하였다.


    이번 전시는 오월 맞이 미술 제의이자 시대를 넘어 이삼십년의 이쪽과 저쪽을 관통해보고, 세상이 온통 아득하던 시절의 긴 터널 속 어둠을 다시 기억하면서 그로부터 당시의 열혈 의기와 살아있는 시대정신을 환생시켜내려는 전시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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