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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뺑뺑이 불빛 아래 돌리고 돌리고~~ 미술관카바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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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대숲바람 작성일07-01-09 13:11 조회10,0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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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입구서부터 스탭들이 어지럽다. 환상의 일탈공간 속으로 빨아들이는 신나는 밴드와 뺑뺑이 조명을 연상하면서 붉은 빛으로 물든 전시장 문을 들어서면 각기 제 멋에 취해 한 스탭씩 돌리고 있거나 둘러 앉아 있는 작품의 무리들이 보인다.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이 2006년 송년기획전으로 마련한 ‘미술관 카바레’전이 지난 연말 12월 22일부터 오는 1월 14일(일)까지 열리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지금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춘 지하 야광카바레를 비롯, 옮겨간 동구청 청사, 일상 대중의 삶 속 시장, 다방, 부동산, 철물점, 가구점, 막걸리집, 일식집, 여행사 등이 동시대 속에서 공존하거나 피고 지는 꽃처럼 명멸해간 분관 건물의 장소적 특수성을 그 공간에 들어선 미술관에서 지금의 문화와 함께 새롭게 조명해 보는 전시이다. 더불어 한편으로는 대중문화와 예술공간의 접점을 모색하고, 미술관이 위치한 금남로의 오늘을 도시의 현재 속에서 담아내보고자 하였다 한다.


      이번 전시는 참여를 희망하는 작가들을 장르와 연령 등에 상관없이 공모하여 서로 팀을 이루거나 개별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였으며, 모두 49명이 29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은 주제인 ‘카바레’에 대하여 해석과 상상들도 다양한데, 카바레의 춤과 공간, 분위기를 소재로 다룬 작품들이 가장 많고, 카바레 문화에 대한 사회 속에서의 관점, 개인적 반응, 상상의 연결 등 여러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이 가운데 양문기와 황지영은 목재선반으로 제작한 <카바레 물품보관소>에 석조각과 사진으로 핸드백, 장바구니, 애완견 등을 구성했고, 김일근 박정일 염순영의 <돌고 돌다>는 번쩍이는 조명 무대 위에 떠도는 장바구니들을, 한미경의 <One Step>은 우산처럼 펼쳐진 치마폭 아래로 고무신을 신은 무희의 여체를 기둥삼아 테이블을 두르고 술잔과 과일들을 놓았다. 또 춤추는 모습 자체를 소재로 삼은 최춘영의 <춤을 추다>, 이소은의 <리듬에 몸을 맡겨>, 춤추는 스탭들을 전시장 바닥 곳곳에 그려놓은 임병중 안진성 등 7인의 <짠짠짠~~>, 김형숙과 이은숙은 <당신의 직업은 무엇이오?>로 제비와 꽃뱀을 우화적으로 표현하였다.     


      이와 함께 이호동 이건용 문형선 등 6명이 참여한 퓨전은 <흥부놀부 Car바레 가다>라는 제목으로 비상등을 단 빨간 용달차와 바가지와 꽃무늬가 그려진 고무신 등을 엮어 놓았으며, 이설제와 오영정의 <…움>은 섹시한 이미지의 사진과 잠망경들을 사진과 오브제, 소형 박스와 철사조형물로 구성했다. 그런가하면 이동환과 이영희 최익진 팀은 <카바레 만화경>에서 만다라 모양으로 그려진 카바레의 상징적 구조도에 인터뷰 영상을 곁들였으며, 박혜련의 <Seduction of Cinderella>는 호박과 하이힐, 생쥐를 핏빛 오브제로 구성했고, 한지의 갈라진 틈 사이로 선혈처럼 붉은 빛이 번져 나오는 선예원의 <Korea Sex Story#2-흔적을 남기다>, 붉은 하트와 세 개의 낚시바늘을 액자에 넣어 만든 윤익의 <삼각관계>, 카바레라는 유희적 공간이나 성탄축제분위기와 개인의 심적 상태를 결합시킨 이매리의 <어느 미술가에게 찾아온 우울한 크리스마스, 그리고 카바레> , 전시관 안쪽에 카바레마트를 꾸미고 있는 고근호와 주홍의 <잡동사니, 작업실벼룩시장> 소품들과 고경주의 금속공예소품 <킹카의 춤> 등 다양한 접근과 관점들을 볼 수 있다.


      역시 ‘카바레’하면 떠오르는 춤과 율동과 일탈의 남녀 등이 미술어법으로 많이 다루어지고 있고, 그런 것들은 직접적인 묘사나 풍자, 암시 비유와 함께 경제개발기 유입된 키치스러운 외래문화와 일상현실과의 묘한 결합과 변종, 일상 밖의 별천지나 은밀한 일탈과 유희공간에 대한 동경과 상상과 풍속들이 고루 비춰지고 있다. 시립미술관 분관측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퇴폐적 음지로만 알았던 ’카바레‘라는 하나의 문화예술이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 사사로운 문화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해가는 자리이기도 하다. 미술관, 나아가 작은 전시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와 세상의 편견을 바꾸어 나아갈 수 있는 작은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여러 작가들과 시민들이 문화현장에 참여하고 그 가능성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예술과 일상 대중문화의 접점 찾기는 근래 들어 작가들에게 부쩍 더 많은 관심사가 되어 있고, 여러 프로젝트나 프로그램 형태로 현실공간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카바레가 상징하는 추억의 7080같은 한 시대의 통속적인 멋과 범벅문화들이 묘한 향수와 루즈와 백구두의 추억들로 되살아나면서 지금 우리 문화의 현주소를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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