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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서양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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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표현과 형상성의 모색 확대


    신표현과 형상성의 모색 확대

    이렇듯 구체적 시대의식과 실천력으로서 현실성을 담보한 이들 사실주의 미술의 등장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급속하게 진행되는 문화환경 다변화에 따라 미술계 전반적인 풍토변화가 뚜렷해진다. 하나의 전형으로 굳어진 기존 화풍을 반복 답습하기 보다 시대문화 변동과 함께 하면서 각자의 개별성 또는 동세대 조형언어를 새롭게 다져 나가는 노력들로, 중견세대의 과감한 자기변신과 국제무대 진출 등 활동 폭의 확대, 청년세대의 조형성 확장과 특정 성향별 모임결성이 두드러진다.

    이들 가운데 `70년대부터 마을 가족 이미지로 단순 평면화를 추구해 온 황영성(黃榮性)은 점점 더 높이 그리고 멀리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화폭의 규모와 시야를 넓히면서 초가와 인물, 산과 강, 새와 동물들, 나무와 꽃 등이 ‘가족’처럼 무리 지어 둘러 안는 구성들이 많아진다. 특히 `80년대 후반 들어 더 작은 단위들로 공간 재구성과 형태변형을 계속하면서 `90년대 중반부터는 ‘가족이야기’ 연작으로 아예 가로 세로 줄을 지어 모자이크식으로 배치하거나 흑백과 같은 색 계열로 단순화시킨 도형들의 집합을 무한대로 펼쳐내면서 만유공생의 주제를 이어가고 있다.

    또 `82년 전남대 교수직을 사임하고 작업에 전념하게 된 오승윤(吳承潤)은 물레?다듬이질?디딜방아?맷돌질 등 아낙네들을 주인공으로 한 전통풍물이나 토속적 정취를 적갈색조 연작들로 담아내다가 `80년대 중반부터 자연풍경의 일부를 점묘법처럼 작은 필치들로 덧쌓아 단순화시키는 풍경연작으로 옮겨간다. 이어 `90년을 전환점으로 과감히 자기혁신을 시도하여 오방색에 바탕을 둔 원색과 리듬감 넘치는 곡선윤곽의 단순평면 형상들로 ‘풍수’ 연작을 계속하게 된다. 바람과 구름의 변화, 산과 마을, 물고기와 새, 꽃과 나무들이 황홀경을 이루는 그의 화폭은 꾸준한 관심사인 고유 전통문화와 현대적 조형성의 결합 작업이라 하겠다.

    이런 단순 평면화 작업과는 달리 강연균(姜連均)의 경우는 앞서 살펴 본 `80년대 일련의 시대적 리얼리티 작업과 함께 생명의 땅으로서 남도 들녁 풍정과, 현실 삶의 체취가 물씬 배어나는 민초들의 표정을 콘테와 과슈 수채화구를 어우른 독특한 회화적 필촉으로 담아낸다. 특히 붉은 황토색으로 대변되는 애환의 생활 터전이자 현실 삶의 너른 품으로서 ‘어머니의 땅’, 사람살이의 체취와 진솔함이 정겨움으로 다가오는 이웃들의 표정, 인체의 또다른 회화적 묘미를 보여주는 부드럽고 화사한 누드, 세월의 때와 숱한 고향 얘기들이 묻어나는 정물들로 전통미감과 현실 삶에 뿌리를 둔 독자적 사실주의 회화세계를 열어간다.

    한편 일련의 범국민적 민주화운동 소용돌이와 현실주의 미술의 전개 속에서 수업 성장기를 보내야만 했던 청년세대들이 한편으로는 참여와 순수, 민족주체성과 국제성, 전통과 현대성 등 기존 예술개념 자체나 자기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되물음과 숱한 갈등 번민의 진통기를 맞고 있었던 셈이다. 고착된 이념과 도구화된 미술에 공감할 수 없었던 이들 부류는 민중미술 뿐 아니라 고답적인 전통형식이나 미술풍토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하여 신구상?신표현?포스트-모더니즘 따위 미적 형식과 표현매체ㆍ조형실험ㆍ소통방식의 확대를 적극 모색해 나가고자 하였다. 그 통로로서 중앙이나 타지역 미술계와의 교류와 참여기회들을 부쩍 늘려가고, 지역미술계 내에서도 그들 몫의 역할과 위상을 확보해 나가려는 노력들이 본격화된 것도 `80년대 후반 이후의 두드러진 풍속도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모임으로서 각자의 전공분야에 상관없이 같은 청년세대들끼리의 결집과 시대문화창달에 함께 공동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박노련 박철우 한희원 김형준 김홍곤 윤성규 임정기 등 36명이 창립에 참여한 [광주청년미술작가회](창립전 `87,10 인재)도 대표적인 한 예다. 이들은 대체로 각자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작품활동들을 보장하고 상호조력하면서 정례모임과 정기발표전을 갖고 아울러 근년에는 자체적으로 청년미술상을 선정 수상하기도 하면서 이 지역 청년세대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또 이미 진행되고 있는 목판화운동과 매체는 같지만 이념성보다는 다양한 기법과 표현형식을 통한 현대감각의 가능성을 주로 모색하며 김익모를 회장으로 송필용 신양호 이민 최민호 등 8명에 의해 결성된 [광주현대판화가협회]도 특성 있는 모임중의 하나이다. 창립전(`85,6.화니)에 이어 우제길 이용길 등 전국 41인이 참여한 열린 [한국판화의 새로운 물결전](`87,6 화니) 개최 등 불모지로나 다름없는 호남지역 현대판화의 저변인구 확대와 정착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모임과 개별적인 관심사들이 다양해지면서 표현유형 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해지는데, `80년대 말 신구상 신표현주의 양식의 확산은 두드러진 시대유형이다. 대개 우리시대의 초상과도 같은 표정과 몸짓의 일그러진 인물상들 아니면 문명비판적 인간 현존상황들에 대한 의미를 강렬한 주관적 표현성으로 드러내며 점차 구체적 형상들을 부수고 탈피해 가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선명한 원색들을 뿌리고 긁고 휘두르며 간혹 거칠고 빠른 필치의 상징도형과 기호, 아니면 골판지나 천 따위 오브제들을 곁들여 시대 혼돈상에 대한 내적 발언과 자유 일탈의지를 거리낌없이 풀어내는 신예들의 저돌적 화면운용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박수만 조근호 이율배 김운호 등 대개 `80년대 후반에 대학을 마친 이들의 신표현주의 비정형추상 형식은 물론 이전에 앵포르멜운동과도 연원을 같이 이어 볼 수 있지만 국내화단에서 마치 사실주의의 대체형식처럼 받아들여지던 포스트-모던 형식의 특징인 해체 이탈 개별성들과 일정부분 연관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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